피부

지각하지 않는 지각을 지각하며

by 벽허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은 인간을 비롯한 시각을 가진 생명체의 본성이다. 지성의 결과물로 치부하기엔 공작새의 꼬리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중학교 2학년 지구 과학 시간, 과목명에 걸맞은 지구의 구조를 배우는 시간이다. 선생님이 정성스레 만든 수업자료 화면을 너는 바라본다. 동그란 지구의 4분의 1을 잘라낸 입체 단면을 본다. 지각, 맨틀, 외핵, 내핵.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에 생략된 수식어를 눈치챈 독서광. 아름다운 창백한 푸른 점이라 말하기엔 이과생 칼 세이건은 조금 민망했을지도. 지구 부피의 83%를 차지하는 맨틀, 1%의 지각 또는 지형. 칼 세이건을 비롯한 인류는 1%의 지각을 보고 지구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생각이 아닌 느낌이다. 느낌은 즉각적이고 반목적이다.

즉각적이고 반목적인 인간의 아름다움은 1mm도 되지 않는 피부다. 피하 지방도 아니고 그 아래 근육도 아니고 장기도 뼈도 신경도 세포도 아니다. 포장지같이 싸여진 피부로 아름다움의 가치가 정해진다.

돈가스를 잘라주는 건 선함의 단서는 될 수 있지만 증거는 될 수 없다. 1mm의 지각은 아름다움의 단서일 뿐이다. 딱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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