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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oty Addicts May 03. 2023

새로운 환경에 적응

찰튼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지 일주일 만에 급하게 팀에 합류 한다는 말을 전하고 굉장히 후회 했다. 사실 새로 살 집도 절도 구하지 않고 무작정 들어 간다고 말해 버렸다.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취업 준비 한다고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까페 혹은 집에서만 지냈는데 똑같은 환경 똑같은 일상이 너무 지루했다. 맨체스터에 거의 5년을 살다 보니 모든게 다 비슷하고 어딜 가도 설레는 느낌은 찾아 볼수 없었다. 아무래도 작은 도시이다 보니 갈곳이 없는것은 당연 할수 도 있다. 


최대한 빨리 떠나서 새로운 환경에 들어 가고싶었다. 런던 생활도 궁금 했고 무엇보다 시즌이 한달 밖에 안남았었기 때문에 시즌이 끝나고 합류하게 되면 내 능력을 보여주기가 더 힘들어 질거 같아서 무심코 바로 간다고 해버렸다. 


이런 자그만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빠르게 구하고 5년 동안의 짐을 싸고 내려갔다. 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한 탓에 캐리어 두개 밖에 안나왔다. 


그 다음날 구장에 가는길 너무 떨렸다. 그 전날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전 스태프가 7시에 출근 한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아는 영국은 느지막히 출근 해서 일하는둥 마는둥 빈둥빈둥 하다가 오는 것을 상상했는데 너무 일찍 출근 했다. 


5시 50분에 기상해서 40분 걸리는 길을 걸어서 갔다. 추운 공기 마시면서 걷고 있는데 표지판과 함께 잔디구장들이 나오는 순간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다. 


문이 잠겨 있어서 리셉션에 수줍게 새로온 분석관이라고 얘기했더니 구내 식당으로 안내 해줬다. 


뻘쭘하게 앉아있었는데 감독이 들어와서 나를 픽업 해주었다. 영상 인터뷰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뭔가 신기 했다. 넓은 잔디 구장들을 지나서 우리가 쓰는 훈련장은 가장 끝에 있었다. 이런 초가집 같은 곳에 7시마다 출근해서 훈련 하고 영상 분석을 하는 곳이었다. 


굉장히 뻘쭘 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감독이 스태프 한명 씩 소개 시켜주었다. 여기는 수석코치, 코치, S&C, 심리학자, 물리치료사, 외워야 될 이름이 산더미 였다. 이름 뿐만 아니라 각자 부르는 닉네임도 외워야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기존에 있던 분석관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려 주었다. 기본적인 분석의 틀은 비슷 하나 이 곳은 분석관이 발표를 안하고 코치가 전담해서 선수들에게 발표하고 분석관은 서포트 하는 식이었다. 규모는 굉장히 작지만 대부분 클럽에서도 못쓰는 드론을 이용해서 훈련 세션 촬영도 하고 새로운것들을 많이 시도하는 모양새 였다. 

내 사원증을 위해서 간단히 얼굴을 촬영하고 Kit 담당 하는 직원이 와서 내 사이즈와 이니셜을 물어본 후에 구단 옷을 지급 해주었다. 내 이름 적힌 이 옷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 했는지 감개가 아주 무량했다. 


옷을 빠르게 환복을 한 후에 10시 쯤 되니 선수들과의 미팅이 시작 했다. 인터뷰 태스크 때문에 영상으로 봤던 얼굴들을 또 실제로 마주 하니까 여러 모로 신기 했다. 감독이 나를 소개 시켜 주면서 내 이름을 말하는데 떨리지만 애써 담담한 척했다. 간단히 소개 인사를 마친 후에 그 전날에 했었던 경기 리뷰와 이제 다가올 상대팀에 대한 분석내용을 코치들이 발표 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훈련을 했는데 세션 준비 하는 거 도와주고 코칭 스태프 모여 있는 곳으로 갔는데 갑자기 나한테 공을 세게 차면서 내 트래핑을 테스트 했는데 당연하게도 편하게 잡았다. 사람들이 꽤 놀랐는데 왜 놀라는지 이해를 못했다 아마 분석관이라 막연히 축구를 못한다고 생각 했던 거같다. 돌이켜 보니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여튼 내 터치를 보고선 원터치 패스로 다같이 주고 받았는데 나를 공좀 차는 분석관이라면서 추켜 세워 주었다. 기분이 좋아야 되는지 않좋아야 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웃고 있었다. 


그렇게 훈련을 끝낸 후 에 밥을 먹으러 구내 식당으로 갔다. 점심은 제공 되는 걸 보니 복지가 꽤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달에 40파운드씩 월급에 포함이었다). 기내식 마냥 치킨 or 피쉬 였는데 자취생은 물고기 먹기가 힘드니 피쉬를 달라고 했다. 


내 주위로 모든 스태프가 모이기 시작하는데 속으로는 편하게 혼자 먹고 싶었다. 하지만 감독이랑 수석코치 옆에 앉아서 나에게 갑자기 내 흥미로운 점이 뭐냐고 물어 봤다. 이 때다 싶어서 군대썰을 좀 풀어 줬는데 좋아했던 거 같다. 


점심을 그렇게 먹고 다시 올라가서 1시간 쯤 지났나 사람들이 짐을 싸기 시작하고 집에 갈준비를 했다. 뭐지 싶었는데 대부분 그때 쯤 가는 거 같았다. 그렇게 첫날은 점심 먹고 1시간 후 빠르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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