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 살인 (1)

구인난

by 전더진

차는 다리를 넘어 구석진 마을로 들어가고 있었다.

둔탁하고 단조로운 건물 밑으로 들어서서, 햇볕이 드는 주차장 한 칸에 차를 세웠다.

뒷자리에서 운동화를 꺼내신고 슬리퍼를 벗어던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테이크 아웃 해 주세요."


원두를 내리는 기계 소리를 뒤로 하고 넓게 펼쳐진 창 밖으로 보이는 논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븐에 구워 나온 빵 같은 빛깔의 논밭을 보며 늘 일하고 싶었다.


"커피 나왔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2시 면접이 있어서 왔는데 사장님 계신가요?"


주방 작은 창고 안에서 문이 열렸고 하얗고 앳된 얼굴, 웨이브진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들어오세요."

창고 안은 어둡고 습했다. 햇살이 건물 뒤로 가려 어둡고 찬 공기를 머금은 창고 구석에 작은 무드등만이 안을 밝히고 있었다.


"일 강도는 어떻게 되나요?, 혼자 가능한 근무량인가요?, 출퇴근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대답은 궁금하진 않았다. 그냥 돈 나올 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최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얼음이 다 녹아 아메리카노 위에 물이 생긴 테이크 아웃잔의 빨대를 흔들어 섞었다.

첫 한 모금 마시며 뒷좌석 슬리퍼를 내어 갈아 신었다.


넘어왔던 다리를 반대로 넘어갔다. 15분 걸려 도착한 작은 빌라 주차장 모퉁이에 차를 댔다.

원룸 현관을 열고 들어가 구석에 놓인 하얀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켜고 구인공고를 둘러보았다. 딸깍딸깍. 마우스를 누를 때마다 힘없이 테이블이 흔들렸다. 면접을 보고 3일이 지났다. 샤워를 하고 나와 주방 구석에 올려둔 휴대폰 화면이 밝혀졌다.


"안녕하세요. 내일 아침 8시에 출근 가능하실까요?"


오랜만의 출근이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오전 7시 알람을 맞추었다.

아침에 나온 탓인지 입에서 나오는 입김은 더 짧고 잦게 내 입술 끝을 따라다녔다.


면접을 보러 왔을 때 보다 더 둔탁해진 거 같은 건물 뒤 공장단지에 차를 세웠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5분 정도 걸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낡을 대로 낡아버린 행주 대여섯 개를 개며,

다크서클인지 그림자인지 눈 밑을 덮은 채,


" 탈의실 가서 근무복 착용하고 오세요."


라며 인사했다.


출근길에 근처 편의점에 들러 급하게 사온 볼펜과 수첩을 꺼내 들고 오븐 켜는 방법, 식기세척기 켜는 방법, 반죽 치는 방법, 한 장 한 장 빠르게 넘겨가며 일을 배웠다. 일주일 차부터 출근 카드가 지급되었다. 아무도 없는 주방 불을 켜고 반죽 치기, 성형하기, 빵 구워내기를 수행해내야 했다.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니 면접 보고 간 후로 신입 두 명이 왔다 갔었어요, 한 분은 하루 배우고 못 하겠다고 나가셨고 한 분은 화장실 간다 하고 안 돌아오셨어요."


커피 직원이 얘기해 줬다.


아, 면접을 합격한 게 아니라 우연히 나한테까지 기회가 온 거구나.


주방 안 작은 창고로 들어가 집에서 들고 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어둡고 탁했던 창고 안은 꽤나 아늑하기도 했다. 똑똑. 막 출근한 사장님이 창고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오전에 빵은 잘 구웠어요?"

"네."


오후에는 같이 케이크 아이싱 연습을 했다. 정적을 깨고 사장님이 입을 열었다.


"일 하는 거 어떠세요? 솔직히 수도권 아니면 이 정도 페이 받으며 적당하게 먹고살다가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시집가는 게 저는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다른 데서도 일 해보셨을 거 아니에요. 근무강도에 이 정도 페이 괜찮죠?"


"네".


"남자친구 있어요? 저랑 같이 4년 일 한 실장님은 갑자기 애가 생겨서 관두셨어요. 물론, 결혼하고 임신하는 건 경사고 좋은 일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계속 일 해주는 게 좋으니깐... 노산이라고 해도 애는 다 생기더라고요. 결혼 생각 있어요?"


"아니요 아직은."



결혼도 임신도. 사람 고용하는 사장님 입장에선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을 배우는 한 달은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