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여행 (2)

우라카미 성당 가는 길

by 김현정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에 이어 원폭이 떨어진 곳이다. 우라카미 성당을 찾아가는 길에 우연히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생가 '뇨코도(如己堂)'를 발견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는 원폭 투하 전, 방사선과 전문의로 일하던 의사다. 그는 대학에서 엑스선 촬영을 하다가 백혈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전쟁으로 물자가 달려 방사선 촬영을 필름 없이 육안으로 확인하다가 피폭되었다. 8월 9일 원폭 투하 당시 대학 병원 근처에 있던 그는 중상을 입었다. 이마에 출혈이 심했지만 정신을 차린 즉시 구호 활동에 나섰다. 자신의 아내 미도리를 우라카미 성당 근처에서 잃었다. 집의 부엌 위치쯤에서 부인의 골반 뼈 일부와 녹은 묵주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그의 저서 '나가사키의 종'에 담담히 쓰여 있었다. '뇨코도(如己堂)'는 현재 기념관으로 보존되어 있었다.


'뇨코도(如己堂)'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성서 구절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겨우 2평 남짓한 다다미 두 장 크기의 방이었다. 폭 80cm, 길이 180cm의 침대와 발치에 기도 책상이 전부였다. 1946년 박사가 38세 때, 집을 잃은 아픈 박사를 위해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지었다. 박사는 이곳에서 5년간 거주했다. 뇨코도 옆에는 기념관이 있는데, 원래는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이었다. 박사에게 보내진 지원금을 나가이 박사의 뜻으로 학교를 잃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지은 것이다. 지금은 나가이 다카시 기념관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 어떻게 살았나."


엄마가 의아해했다. 이런 의문은 당시 나가이 다카시를 병문안한 의대 스승도 함께 느꼈던 것 같다.


'물건이라고는 제대로 된 것 없는 이곳에 만물이 다 있구나.'


그의 의대 스승 스에츠구가 찾아와 '무일물처 무진장'이라는 두루마리를 선물하고 갔다. 이 작은 공간에서 박사는 백혈병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태였지만, 『나가사키의 종』을 비롯해 2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곳에는 헬렌 켈러를 비롯한 세계 유명인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우라카미를 찾았다.


뇨코도에는 박사가 실제 사용했던 작은 책상과 원고지와 펜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벽에는 그가 아들 마코토와 딸 가야노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걸려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그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라는 저서에서 평화헌법에 대해 남긴 말이었다. 나가이 박사는 평화헌법을 "전쟁의 참화에서 눈을 뜬 진정한 일본인의 목소리"라고 정의했고, 아들과 딸에게 전쟁을 절대 반대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굳건히 대변하기를 당부했다. 박사는 죽음까지 "평화는 나가사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갔다.

아들 마코토와 딸 가야노, 먼저 떠난 부인 미도리 자리에 성모상이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림 김현정)

원래는 시마네현의 신토 집안 출신이었지만, 의대 시절 우라카미로 거처를 옮기면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하숙집 딸 미도리와 결혼하면서 개종했다. 엑스선 피폭 후 시한부였던 자신보다 먼저 아내가 원폭으로 사망한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여겼다. 나가이 박사는 이 또한 "하느님의 섭리"라고 받아들였다. 그는 나가사키가 일본의 평화를 위한 제물이 되었다고 해석했다. 이 '번제론'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나가이 박사가 복수가 아닌 용서와 화해의 길을 택했다는 점이다.


나는 기념관 관리자에게 나가이 박사의 스승 스에츠구 교수가 선물했다는 '무일물처무진장' 두루마리 작품에 대해 물어보았다. 실물이 궁금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무궁한 보물이 있다"


이 선불교적 표현이 그의 상황과 너무 잘 어울린다. 십자가 옆에 걸려 있던 이 글귀는 박사에게 병 중의 묵상거리였을 것이다. 방사선을 연구하던 자가 피폭을 당해 누구보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잃고 병상에서 쓴 그의 저서를 통해 우리는 그의 우주를 지금까지도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념관 관리자는 "그 작품은 현재 이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박사의 고향인 시마네현 기념관에 소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안내해 주었다. 작품을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직접 작품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無一物處無盡藏, 김현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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