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위트 홈

by neveres

나는 딱히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내 집이 ‘홈 스위트 홈’ 같은 가정환경은 아니었다.



내 부모님은 내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이 전쟁이었다. 그러는 사이사이 물론 나를 데리고 놀러도 자주 다녔고 공부도 시킬 만큼 시켰으며 친가도 외가도 이렇다 할 집안이어서 내 성장환경이 불행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그네들은 서로 맞는 구석이 없었고 나 외에 다른 한 자녀에게 몸이 아닌 마음의 병이 깊었지만 정신과 치료시기를 놓친 까닭에 사회생활은 가능하나 집안에서 주기적으로 광증을 부려야 하는 괴물을 만들었다.


이건 나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나는 잘라낸 관계이며 글로 써 내려가려면 너무 길고 도무지 그런 걸 쓸 마음도 들지 않으니 이 비밀의 문은 닫아두기로 하겠다.


이 닫힌 문의 빗장만 걸어둔다면...... 내 집안은 그냥 엄마, 아빠가 평생 ‘이 죽일 놈의 사랑’을 하고 있다고 쳐버리면 그만이겠다 싶은 환경이다.


사업이 쫄딱 망했어도 두 사람 사이가 어떠했든 나는 잘 먹이고 입히고 피아노,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곱게 잘 키웠다.


싫던 좋던 가족여행도 자주 다녔다. 다녀오면 몸이 약한 엄마는 짜증을 내고 앓아눕고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화를 내고 나는 차만 타면 멀미를 했지만 요즘 말로 ‘체험’이랄만 한 걸 빼놓지 않고 해 본 것 같다.


그 시절 사진관 진열장에 내놓을 법한 가족사진을 찍어서 거실 소파 위에 걸어 두기도 했었다.


‘가족사진’, ‘가족여행’...... 은 그럴싸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었지만 그런 것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뭉치면 싸우고 흩어지면 평화로운 가정에서 이것저것 부대끼면서 살았던 경험이 지나고 보니 재산이긴 한 것 같다.


되도록 가끔 만나야 유지되는 관계일지라도 늘 내 백그라운드가 되어주는 엄마, 아빠…. 이 ‘전쟁 같은’ 부부가 오래도록 건강해주길 기도한다.


한 번은 엄마에게 “아빠가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라고 아빠 집에서 돌아가시면 엄마가 용의자 0순위”란 얘길 했었다.(농담이었다.)


아빠도 그래서 엄마 건강을 그렇게 챙기는 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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