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역사

프레드릭 배크만의 <위너>

by neveres

탕,


여기 숲과 호수로 둘러 쌓인 두 개의 마을이 있다.


탕,


아이들이 하키 스틱을 들고 벽을 향해 퍽을 날리는 소리가 이 집, 저 집에서 들려오는 것이 일상인 두 개의 마을이 있다.


탕,


초록과 빨강, 곰과 황소를 상징으로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마을.


탕,


양 쪽 모두 목숨처럼 하키를 사랑하지만 서로를 죽일 듯이 미워하는 두 개의 마을


베어타운과 헤드. 여기 두 개의 하키타운이 있다.


탕, 탕,


그리고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두 발의 총성.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이 두 하키타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니 이미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했던 몇 해전 그 사건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아니,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소녀. 둘은 모두 베어타운의 아이들이었고 누군가의 딸이었으며 누군가의 누나였고 불과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았다.


마야라는 이름의 한 소녀.


하키가 인생이고 하키가 그들 자신인 베어타운, 그 마을의 하키영웅을 성폭행범으로 만든 까닭에 마을 전체를 상대로 싸워야 했던 그녀에게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온 우주와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엄마와 온몸과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아빠, 그리고 영원히 그녀를 지지할 남동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게 누구든 주먹을 날려줄 친구,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증언을 해준 ‘목격자’가 있었다.


해서, 그녀는 살 수 있었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으며 어제의 끔찍한 기억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내일이 찾아왔으며 꿈을 향해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루트라는 이름의 한 소녀.


하키가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마을에서 하키 장 밖으로 떨려 난 후로 자신에게 없는 것만 찾다가 망가진 남자, 그녀는 어쩌다 그를 만나 늪으로 끌려들어 가듯 서서히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녀에게는 없었다. 믿어줄 이도 싸워 줄 이도, 부모는 그녀를 외면했고 불신했으며 부정했다. 그녀의 목격자는 본인이 보고 들은 어떠한 것도 증언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의 남동생…… 이때는 아무것도 할 수없었던 이 아이의 이야기는 묻어두자.


그런 까닭에 그녀에게는 내일도, 이 다음도, 꿈도 주어지지 않는다.


같은 사건, 또래의 두 소녀, 그러나 전혀 달랐던 사건의 끝에서 증오와 미움을 안고 상처받은 악이 생겨난다.


다시 두 개의 마을 베어타운과 헤드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한평생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이 숙명인 것처럼 살아왔던 이들이 함께 폭풍을 이겨내고 아침을 맞이한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또 언제나처럼 하키장 관중석에서 서로를 향해 야유를 보낼지도 모르지만 결코 그 ‘총성’이 울려 퍼진 날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사랑에 빠질 테고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부모는 가족이 되어 손을 잡을 것이다. 함께 이겨낸 시간을 이야기할 것이고 서로를 지켜낸 것에 대해 안도할 것이다.


불이 나면 도망가는 대신,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는 남자들과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폭풍의 밤을 지나 다시 살아갈 수 있었다.


하키 경기에서나 인생에서나 ‘승자’만이 기억되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기록된 역사는 승자의 역사일지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것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우리다.


베어타운과 헤드, 초록과 빨강, 곰과 황소. 둘이지만 내민 손을 잡는 순간 ‘우리’가 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기록이 우리의 또 다른 역사이며 우리의 승리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따뜻한 식사, 그리고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든 시간들을 지키는 것이다.



당신이 하키에 문외한이어도 좋다.


증오와 혐오, 미움과 다툼으로는 그 무엇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믿는 다면, 진정한 승리의 기록 ‘위너’의 이야기 속, 그 하키 타운에서 이 겨울을 지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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