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되었을까?
학창 시절,
나의 진로는 명확했다. 다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 나는 별 고민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일찍 진로를 잡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음악 특히, 클래식을 좋아하셨다. 그중에서도 성악 음악을.. 아버지는 기분이 좋으실 때면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시곤 하셨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닮았다. 노래를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는 크고 좋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의 진로는 '성악가'가 되었다. 때마침 내가 살고 있는 지방 도시에 예술고등학교가 생겼고 나는 1년 정도의 준비 후 그 학교 음악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부터 나의 꿈은 멋진 성악가가 되는 거야!
하지만 멋진 아니, 실력 있는 성악가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방 예술고에서 학생들 간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서울의 대학교는 달랐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은 아니었지만 원래 음악대학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내가 입학한 대학교에도 실력 있는 학생들이 참 많았다. 그런 뛰어난 학생들에 비해 나의 노래 실력은 보잘것없었다. 예로 음악대학은 한 학기 한두 번씩 발표회를 한다. 나는 그때마다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었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 4년 내내 발표회가 잘 진행되도록 피아노 밀고, 보면대 세우고 출연진 안내하는 일을 했다. 내가 무대 다운 무대를 서본 것은 졸업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졸업 연주 한번뿐이었다. 솔로 연주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샘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음악적 소질'이 없었다. 태생적으로 노력파, 성실파였지만 재능이 없는 성실은 음악계에서 별로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졸업 후 10년 동안 한 음악을 그만둘 때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거 같다. 지금도 그때 그 결정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동안 음악만 바라보며 잘 될 것이란 막연한 희망, 생각이 이제는 사라졌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지? 무엇으로 밥 먹고 살지? 학창 시절에도 별로 하지 않았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는 졸업하고 했다. 참 막막했다. 지금처럼 그렇게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시기로 대부분 친구들은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을 가서 진로를 잡고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었다. 다행히도 몇 달 후 그 걸음은 곧 목표를 잡게 되었다.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한참 동기 부여 강연과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남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어릴 때 성악가를 꿈꾸기 전에 나의 꿈은, 그 시절 많은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는 선생님을 하면 되겠네?! 진로 고민이 갑자기 끝난 기분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
하지만 문제는 다시 시작되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다시 교대나 사범대에 들어가서 자격을 따고 임용 시험을 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아직 갚아야 할 학자금이 천만 원이 넘었고 또 중요한 다시 학교 공부를 시작할 자신이 없었다. 그럼 학교 선생님 말고 어떤 선생님을 할 수 있을까? 그때 내가 집중했던 키워드는 선생님이 아닌 '교육' 그 자체였다. 초중고 교육이 아니면 성인 교육을 하면 되었다. 특히나 그 당시 주변에 신입사원이 많아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의 힘듦을 토로하는 일이 많았다. 나의 머릿속에 소위 말하는 '전구의 불'이 켜졌다. 그리고는 왠지 모를 희망의 불꽃이 솟아났다. '그래 나는 직장인들이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인 교육을 하자! 이게 앞으로 내가 음악 대신 열정을 불태워야 하는 분야다!'
직장인들이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장인 교육을 하자!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다짐을 할 수 있었던 근거가 있었다. 군대를 갔다 온 후 어느 순간부터 남들 앞에 나서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학교에서 남들 앞에서 나의 목소리로 음악성을 뽐내고 싶었지만 실력의 한계로 어렵게 되자, 나는 종교 활동에서 그 욕망을 채웠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종교는 1년에 2번씩 기본적으로 수련회를 했다. 그러면 꼭 그 수련회에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내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싶다고 했고 실제로 3~4년간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다. 지금 각종 행사나 강의 등의 진행 실력이 그때 다져진 것이다. 무대에 서서 준비한 게임을 진행하고 선물을 주고, 참여자와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에 나는, 유재석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 시간의 주인공은 나였다. 물론 진행을 할 때 '참여자인 여러분이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내가 주인공이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짜릿하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억압되었던 나의 모습이 그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화산처럼 분출되는 것 같았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아, 나는 무대에 서서 말하는 직업을 가져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던 내가, 직장인 교육으로 진로를 잡았으니..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새로운 진로 목표를 잡고 난 후에는 실행만 남았다. 우선, 직장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첫 번째는 교육회사에 들어가는 것, 두 번째는 일반 회사의 인사팀에 들어가서 HRD를 하는 것이었다. 우선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준비를 했다. 먼저 교육 관련된 경험은 레크리에이션 진행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보다 확실한 직무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CS강사 전문 교육과정이었다. 이 교육을 꼭 받고 싶었다. 하지만 교육비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것이 지금도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취업성공 패키지'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 검사도 받고 취업 준비 방법, 자기소개서 작성방법, 면접 준비 방법 등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육비를 지원받았다. 이 비용으로 전문 CS학원에 등록할 수 있었다. 교육이 진행되는 몇 달 동안(정확한 기간은 생각나지 않는다) 집중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심리검사의 이해, 교안 작성하는 방법, 스피치 전략, 교육 콘텐츠 만드는 방법, 시강(시범 강의) 롤플레잉 등이었다. 받고 싶은 교육을 받으니 너무나 집중이 잘 되었다. 그렇게 즐겁게 또 그렇게 어렵지 않게 자격증을 땄다. 이렇게 기본 준비를 하고 나는 본격적인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행히도 그 당시에는 지금 보다 신입사원의 열정과 태도를 채용 과정에서 좀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몇 달 후 정말 운 좋게 대기업 계열사의 교육팀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동기가 10명이었는데 나 혼자 남자였다. 나를 뽑아준 부장님(그 당시)이 남자 지원자들 중에서 그나마 내가 괜찮았다는 후일담이 있는 채용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직장인 교육을 이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좋았다.
직장인 교육을 이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이곳에서 내가 맡은 직무는 교육팀이 없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직장인들 상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콘텐츠는 본사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 인재, 지식 경영 프로그램이었고 우리 팀은 이것을 중소기업에 맞게 수정 보완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대기업 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또 고객 맞춤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입사 6개월 후에는 새로운 업무를 배정받았다. 회사 강의실에서 교육을 운영하는 것 외적으로 직접 고객사에 파견되어서 HR 컨설팅을 하는 일이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또 실제로 기업의 경영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값진 일이었다. 파견된 곳에서 내가 주로 했던 업무는 채용 프로세스 구성, 이를 바탕으로 신입, 경력직 채용, 신입사원 OJT 교육, 전 직원 대상 직무, 경영 콘텐츠, 자기 계발, 스트레스 관리 등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또한 대기업의 경영 철학과 시스템을 중소기업에 맞게 변형해서 적용하는 일, 기업 문화를 새로 만드는 일 등을 진행하였다. 지금 진로취업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을 이때 많이 쌓았다. 신입사원이 맡기에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그렇게 직장인 교육에 대해 배웠고 직무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그 후 진로 프로그램 교육 회사를 거쳐 지금 회사/학교에 근무하게 되었다.
진로 교육은 전부터 했지만 지금은 주로 취업 교육/컨설팅을 한다. 내가 직장인 교육에서 취업 교육으로 넘어온 계기가 있다.(그렇다고 직장인 교육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 다시 시작할 것이다!)
첫 번째 회사에서 직원들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고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지금 일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취업 준비 단계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장 입사가 중요하다 보니, 막상 취업을 했을 때 뒤늦게 진로 고민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도 해법을 주기에는 경험과 경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어깨를 토닥여 주고 힘이 되는 말을 하는 것으로 상담을 보통 끝냈다. 하지만 항상 이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다. 그리곤 내가 내린 결론은 '취업 전에 진로 고민을 먼저 끝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나는 중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상대로 진로교육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쪽 분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과의 진로 교육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대학생으로 타깃을 잡았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업 교육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지금 현재의 나의 모습이다.
이렇게 나의 길고 길었던 진로와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글로 정리한 것은 처음이다. 강의를 통해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글은 처음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느낀 것은 '나도 나름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그 진로/취업 고민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자신의 직무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직업 내지 직무로 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지금 진로취업 컨설턴트로 일하는 것에 무척 만족해한다.
앞으로 그 노하우를 글로 풀어내려고 한다. 여기서 잠깐 그 노하우라는 것이 나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이라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지는 않다.(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그래도 나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풀어내겠다. 언젠가 나올 나의 책을 위해서 라도 말이다!
그 진로/취업 고민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이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