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변화가 조용히 스며드는 순간들

어른이 되어 발견한 또 다른 나

by 새로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지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육체적인 변화는 당연하니 차치하고, 일상 생활 속 행동과 습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 변해버렸음을 느끼게 된다. 그중 가장 크게 달라진 세 가지를 끄적여본다.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 예전에는 무조건 지하철을 고집했다.


시간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강박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이 사소한 과정조차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시간과 동선의 낭비가 적은 지하철을 자연스럽게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조금 더 일찍 나와 버스를 타는 것이 좋아졌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버스에 앉아 커다란 창문을 통해 거리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과 계절을 느끼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묘하게, 지하철보다 버스 안이 더 다정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온통 차가운 기계와 건물로 가득한 지하철과 달리, 버스에서는 인사를 건네는 기사님을 처음 마주한다. 무심한 듯 가볍게 주고받는 인사만으로도 주변 공기가 따뜻해지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를 한다.

십대와 이십대에는 누구나 그렇듯 외형을 꾸미는 데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점점 쇼핑 자체를 덜 하게 되고, 구입하는 품목도 달라진다.


미용실을 자주 찾기보다는 좋은 헤어 제품을 사서 스스로 관리하고, 색조 화장품보다는 기초 제품에 더 신경을 쓴다.


이제 나의 스타일에 대한 공부가 끝났기에, 사두고 묵혀두는 옷도 없다. 옷이나 악세사리는 심플하지만 좋은 퀄러티로 자주 손이 가는 것들을 신중히 고르게 된다.


그리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공간을 더 포근하게 만드는 데 마음이 간다.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보다 실용적이면서도 나의 '취향'이 드러나는 아이템에 더 눈이 간다.



건강한 생활은 몸이 시켜서 하는 것

'노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학생 때는 공부를 핑계로 새벽 늦게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깨어 있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출근한 적도 많았다. 매일 술을 마셔도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없을 만큼 체력 하나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철없던 시절에 혹사한 몸의 대가를 이제 톡톡히 치르고 있다.


저녁에 술은 물론이고 늦은 저녁만 먹어도 밤새 속이 불편해 뒤척이게 되고, 밤 9시만 넘어가도 텐션이 훅 떨어지며 11시면 잠이 쏟아진다. 그러니 일주일에 하루 쉴까말까 했던 술자리가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다.


이 변화는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나는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다. 아마 앞으로 내 몸은 점점 더 엄격한 지시를 내릴 것이다.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그리고 가끔은 다시 일탈할 수 있는 힘을 남겨두기 위해 오늘도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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