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첫 장을 지켰던 문장이 돌아왔다
십대와 이십대, 나는 매년 다이어리를 샀다. 휴대폰 캘린더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전까지.
다이어리는 단순한 기록장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으로, 이십대엔 친구와 연인의 스티커 사진으로 빽빽이 채웠다.
그리고 책에서 건진 문장들을 정성껏 옮겨 적었다. 새 다이어리를 살 때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한 해 동안 모은 글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2-3개를 첫 장에 베껴 쓰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 읽은 책의 한 구절은 십 년간 매년 새 다이어리의 첫 장을 지켰고, 마지막 다이어리에도 끝까지 남았다. 그 책을 잊고 지낸 지 오래였는데, 최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이십 년 만에 다시 만난 문장은 그때의 기억과 함께 다시 한번 마음을 울렸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내가 가장 사랑한 문장은 이것이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 말이 내게도 이루어지길 바라며 매해 새 다이어리에 정성스레 옮겨 적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오면서 다이어리도, 이 문구도 내 삶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묘한 느낌이었다.
어릴 때는 주인공이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결말에 매료되어 '온 우주가 소망을 도와준다'는 말에 심취했다. 그런데 지금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라는 조건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수없이 많은 혹독한 상황을 맞닥뜨리며 치열하게 살아낸 주인공의 모습이 비로소 보였다.
책의 초반, 살렘의 왕이 했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나는 나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걸까. 온 우주를 움직일 만큼 무언가에 온 마음을 다하고 있는 걸까. 차분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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