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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주 Jun 25. 2023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더 빠른 독자

종이책 넘겨가며 읽는 맛을 좋아한다. 책을 자주 산다. 배달음식 배달 팁은 그렇게 아까운데 책 사는데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지적 허영심을 느낀다. 때문에 책장이 터져나간다. 이 책을 읽었다가 저책을 읽었다가. 나는 이걸 병렬 독서법이라고 부른다. 이날은 이 책이 어울려서, 어떤 날은 아직 펼쳐보지도 못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책을 읽는다. 그렇게 읽다 보면 몇 권은 완독을 하기도 한다.


책이 주는 몰입감이 좋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다. 세상엔 책 말고도 재밌는 게 넘치기 때문이다. 

몇 장 넘겨서 읽다가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를 켠다.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한참을 책과 거리를 두다가 오랜만에 다시 책을 폈다.

책을 읽는 데에도 근육이 필요하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 손실이 오는 것처럼 책을 꾸준히 읽지 않으면 읽는 근육이 손실된. 한 문장을 계속해서 쳐다본 적이 있다. 꾸준히 읽어야겠다고 순간 다짐했다. 다짐하고 바로  읽던 책을 다시 덮어두고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요즘 무슨 책이 나왔는지 구경한다. 덮어둔 책은 반도 못 읽었다. 다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시대이고 마음만 먹으면 A4 100장 정도 쓸 수 있다면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다. 새로운 책은 넘쳐나고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예전에 비하면 책 표지 디자인도 예뻐져서 이 책도 사고 싶고 저 책도 사고 싶어진다. 아직 손도 못 댄 책은 늘어만 간다. 나는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들이는 속도가 더 빠른 독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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