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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주 Aug 22. 2023

나의 죄책감들 -1. 비건지향인

무슨 글을 쓸까 생각을 하다가 요즘 계속 나를 신경 쓰이게 하는 죄책감에 대해 순서대로 써보기로 했다.

심각한 건 아니고 살면서 안고 가는 것들 비건, 분리수거, 우울증, 다이어트 강박 등 




1. 비건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비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비건과 관련된 영화 콘텐츠를 보거나 실천하는 사람들의 SNS, 관련 도서를 볼 때면 고기를 소비하는 내가 끔찍이 싫어질 때가 있다. 오버가 아니다. 진짜 도태되는 기분이 든다.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간장계란밥을 해 먹는 자취생은 완전 비건은 되기 어렵겠지만 덜 소비하고 덜 전시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전시를 지양하려고 노력했는데 계속해서 인지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오랜만에 본가에 가면 부모님은 딸 생각해서 소고기를 항상 사두시는데 잘 안 먹는다. "나 이거 먹으면 배불러서 다른 거 못 먹는다고~" 라거나 "아 소화 안된다니까"라는 식으로 (진짜기도 하다) 고기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미 부모님이 구입하셨으니 개인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방식이겠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부모님께 비건에 대해 설명하고 인정받는 일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부모님이신지라 비건 같은걸 왜 하니?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설명하고 싶었고 지금은 대충 대답하고 넘긴다. 이런 나의 행동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좀 더 힘을 써서 육식을 위해 무자비하게 죽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알을 낳게 하는 공장과 축산업에 대해 설명했다면 우리 부모님이 받아들이셨을까? 부모님이랑 이런 대화를 하는 게 귀찮고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뻔하다는 이유로 피한 내가 부끄럽다. 


앞으로 남은 날들은 더 의식해서 살고 싶다. 내 식탁으로 올라오는 것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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