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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영화 감상문

by 소감행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평범하나 성실하게 삶을 꾸리는 루이스, 4년간 연애 끝에 18세에 결혼하여 보수적인 남편과 가정을 지키는 델마.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고 어떻게 여행을 가게 되었는지는 생략된 영화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루이스는 식당에서 바쁘게 일하고, 델마는 남편을 출근시킨 뒤 서로 전화로 휴가여행약속을 확인한다. 한껏 멋지게 꾸미고 출발하기 직전 두 사람은 두 가지 의미심장한 상징물을 차에 싣는다. 하나는 권총, 하나는 떠나기 직전 찍은 셀카 사진. 권총은 앞으로 거친 세상, 특히나 그녀들을 사랑하지도 동정하지도 않는 거친 남자들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녀들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킬 가엽기까지 한 자기 보호 수단이다. 마치 어린왕자의 한 그루 장미가 가진 작은 가시처럼. 권총을 누가 쥐느냐는 어려움에 누가 주도적으로 맞서느냐와 연관되어 영화를 이어나가게 된다. 사진은 여행 내내 둘과 동행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그녀들이 세상을 향한 하직을 고할 때 함께 자동차에서 탈출한다. 여행이 진행될 수록 점점 추해지는 모습에 관객들이 설마라도 잊을까 그녀들의 처음 모습을 사진은 보여주고 상기시켜 준다. 그렇게 꽃처럼 예쁜 그녀들이 '자유'와 '자아'를 찾는 유일한 길이 수초 내에 낭떠러지로 낙하할 뿐인 마음 아픈 현실을 보라고 우리에게 너무나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한 장의 사진인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시작되고, 여정에서 몇 명의 남자들과 남자무리와의 만남이 기다린다.

첫 만남은 술집에서의 폭력적인 변태 양아치.

그녀들이 목적지로 가는 도중 들른 한 술집에서 델마는 너무나 쉽게 선을 넘는다. 18살 세상을 알기 전 결혼해서 보수적으로 가정에 갇혀 살았으나 사실 그녀의 본래 모습이었던 것이었고, 그런 만큼 세상의 위험을 몰랐기에 너무도 쉽게 발산된 모습이었던 것이다. 신나게 마시고 웃고 춤추다 결국은 구타와 강간 위협에 놓이자 루이스가 구하러 온다. 우는 여자에 대한 일말의 공감이 없는 남자에게 분노한 루이스는 총으로 살해하고 만다. 만취한 데다 코가 깨지도록 맞아 코피로 얼룩진 델마가 휘청대며 운전하여 현장을 벗어났고 대화 끝에 자수하지 않고 도주길에 오르게 된다. 국경을 넘기로 하고서.

두 번째 만남은 길에서의 젊은 사기꾼 양아치

핸섬남 브래드피트가 역을 맡은 제이디는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 델마를 다시 유혹한다. 남자 때문에 위기에 처했지만 아직 정신 못 차리는 철부지, 또한 그럴 수밖에 없이 억눌린 자아를 참아온 결과로 델마가 빠져들기 시작한다. 두 번째 재회에서 결국 제이디의 술수에 넘어가고, 루이스가 남자친구에게서 힘들게 얻어낸 거금을 도둑맞는다. 이제부터는 꿋꿋하던 루이스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델마가 일으킨다. 루이스가 든 권총을 델마가 들게 된 것이다. 과감하게 상점으로 들어가 강도짓을 하여 먹을 것을 챙기고 다시 힘차게 도로를 달린다.

세 번째 만남은 대형트레일러 운전사 중년 양아치

이유 없이 여자 둘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히죽거리며 성희롱을 한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지나쳤지만 두 번째 만났을 때에는 달랐다. 그 때는 그녀들을 추격한 경찰을 제압하고 빼앗을 총이 또 있어서 둘 다 총을 쥐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사격놀이를 하듯 유조차를 향해 총을 쏘았고, 대형 폭발이 일어난다. 검붉은 불꽃이 사막 한가운데 치솟고 굉음이 울린다. 이 장면에서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는가?' 하는 질문은 무의미하겠다. 작가나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성희롱에도 당당히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 너무도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폭발과 함께 억눌렸던 여자들의 가슴이 함께 터지면서 쾌감을 선물한다. 폭발은 그녀들의 자아의 폭발인 것이다.

네 번째 만남은 수십 대 경찰차와 헬기를 동원한 터미네이터급 경찰 공권력들

경찰은 그녀들에게 일말의 동정심과 이해심이 있었다. 제이디라는 가해자를 잡아주기도 하고, 그녀들의 가녀린 선택에 정상참작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법은 법이고 그녀들은 범법자이다. 이들은 최신장비를 동원해 추적하고 끝까지 따라잡아 잡고야 만다. 그리고 포위한다. 루이스의 대단한 드라이브 실력으로 따돌렸다 싶을 때 어디서 비상하듯 헬기가 뜨는 장면은 두 여자의 절망이 가까웠음을 보여준다. 검은 미래, 검은 헬기. 이 남성들은 차갑고 가혹한 법체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자면 동정심이나 성적 차별이 가미된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녀들이 선택했던 것과 같이, 첫 사건에서조차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많은 여성범죄에 대해 좀 더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줄 법체계가 당시 미국에서조차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남성이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나 성추행한 사건을 처리함에서보다 여성이 남성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에는 더욱 그러한 면이 보여진다. 법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시선이 '여자가 저러다니?' 하는 편견 속에 더욱 가차없는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나와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이다.

투항의 길과 정벽 넘어 낭떠러지의 길 두 개의 갈림길에서 델마는 말한다. 'Let's keep going.' 루이스가 확인한다. 'What do you mean?' 델마는 절벽쪽을 한 번 바라본 후 웃으며 'Go!' 라고 말한다. 또 한 번의 확인 'Are you sure? - Yeah!' 두 사람은 가장 좋은 친구로서 손을 꼭 잡고 절벽을 향해 달린다. 다시 속박된 세상을 향하느니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죽음의 장면을 구지 보여주지 않는다. 푸른 창공을 자유로이 나는 새인양 그들의 차가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관객 누구도 수 초 후 그녀들의 결말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이상하고도 절망으로 치닫는 우하향 상황과 그와 대조적으로 비상하는 그녀들의 자아가 우상향으로 교차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상황은 너무도 슬프고 절망적이어서 결국 자살로 끝을 맺지만 그녀들의 자아만큼은 높은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오른다. 그러나 현실속에 그 두 가지는 결국 이루어질 수 없음을 냉철하게 말하고 있고, 그 속에서 여자들의 고통과 슬픔은 진행형임을 잔인하게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가 예술인 만큼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와 아름다운 배경과 배경음악, 각본과 대사가 아름답게도 그리고 있다.

여자의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여자를 이토록 절묘하게 표현한 그 남자,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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