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중 김붕년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의 말을 세기며>
내 자녀는 최고의 손님처럼 생각해야 한다.
어느 TV 쇼에서 한 전문가가 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다.
과연 나는 내 자녀를 그렇게 대하고 있을까?
내 양육 태도를 떠올려 본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낄까?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보다는 ‘아니다’에 더 가깝다.
나는 친구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아이들이 나를 무서워하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나는 친구 같은 얼굴을 한 권위적인 부모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자.
‘최고의 손님처럼 대한다’는 건 뭘까?
요즘 자주 보이는 양육 방식들이 떠오른다.
아이를 혼내지 않고 “그랬구나”, “이랬구나” 하며 공감만 해주는 장면들,
“제이미, 돈 두 댓~” 같은 말들이 밈처럼 소비되는 장면들.
그게 정말 ‘최고의 손님’일까?
아마도 그냥 하나의 유행, 하나의 밈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검색창에 ‘손님’을 쳐본다.
‘손’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 잠시 들른 사람을 뜻하고,
‘손님’은 그 ‘손’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 정의를 읽는 순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손님처럼 대한다’는 건 단순히 친절하다는 의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존중하는 태도일 수도 있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손님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 순간 떠오른 단어가 있다.
학부 시절, 유독 강하게 남았던 단어.
빈둥지 증후군.
자녀가 집을 떠나 독립한 뒤,
집에 남은 부모가 겪는 상실감과 허전함, 우울감.
이 단어가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자녀는 나의 것이 아니다.
자녀의 인격은 나와 분리되어야 하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많은 부모들은
자녀의 선택보다 자신의 연륜을 앞세운다.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너 나이 때는”이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우위를 점하고,
결국 따르기를 요구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나는 스스로 조금 자신이 있다.
나는 앞서 말했듯,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다.
아이의 선택에 대해 쉽게 토를 달지 않는다.
마치 아주 친한 친구를 대하듯.
친한 친구는,
그냥 옆에 있기만 해도 좋고
꼭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 선택이 내 기준에서 썩 좋아 보이지 않아도
“아, 걔가 선택한 거구나” 하고 넘긴다.
잘못됐다고 해서
인생을 대신 고쳐주고 싶어 안달하지도 않는다.
죽일 듯이 말리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 사람의 선택으로 남겨둔다.
아마 ‘최고의 손님’은
예의 바르게 떠받드는 존재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공감의 대상도 아니다.
언제든 자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모가 먼저 인정하는 태도.
머무는 동안은 존중하되,
떠날 때 붙잡지 않을 용기.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붙잡는 일이 아니라,
언젠가 잘 떠날 수 있도록 대접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연습 중이다.
내 아이를 ‘내 사람’이 아니라
잠시 우리 집에 머무는
가장 소중한 손님으로 대하는 연습을.
"당신의 자녀를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 김붕년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가 말하는 '좋은 부모'의 조건(유퀴즈 온 더 블럭) _양아라기자 2022.12.01 발췌
11월 30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붕년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는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되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신의 자녀를 나와 아내에게 온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
김 교수는 손님이 오면, "반갑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중심으로 극진히 대접하고 싶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막 강요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이에게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두 번째로 "손님이라면,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며 "소중히 여기고 개별자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내가 그 아이를 계속 붙잡아 두는 게 아니다. 언제 떠나느냐는 아이들마다 다르다"며 "대학생이 되어서 떠나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아이는 군대 갔다 와서 떠나는 경우가 있고, 결혼해서 떠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각자 저마다의 시기에 맞춰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한다는 것이다.
출처 : 허프포스트코리아(https://www.huffingto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