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걸기
매일 나는 주문을 건다
그림을 그려줘
울 엄마와 살던 어린 날의 모습
달동네 꼭대기에 있는
뒤안에는 달팽이가 기고
담벼락 대신 탱자가 울타리 쳐진
우리 집
어무이 저거 따먹으면 안 돼예?
아서라
맛있어 보이는데...
시어서 못 묵는다
달큰한 향내 퍼지는 노오란 열매
눈으로만 보다가
어... 말랑하네
끝내 베어 물면
아 퉤퉤
못 먹는 거 맞네
AI는 내 맘을 모른다
동남아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집에
노랑머리 엄마를 그려낸다
아니야 그런 거!
낙서하 듯 주문을 취소하고
울 엄마는 말이야
짧은 펌의 검정머리에
체크남방 몸빼 바지
낡아도 깨끗이 손질된 맵시
다정한 목소리로
우리 형제들을 불렀어
범아 공부 그만하고 자라
숙이는 간호사가 돼야지
미야는 우찌 저리 대답을 잘할꼬
막내는 이제 그만 놀고 들어와 씻고
자 다 같이 밥 묵자
대문간 국화 옆에는 재래식 변소
마당에는 주렁주렁 가지 고추
빛바랜 마루에는 썩은 사과 소쿠리
삶이 아무리 구차해져도
그 눈빛 목소리는
햇살 같았거든
AI 니는 내 맘 모르고 엉뚱한 것만
엉뚱한 것만 만들어내
자꾸
열 번 스무 번
주문이 반복되면서
뒷모습이 비슷해진다
걸음걸이가 닮았다
사람 맘도 모른다고
무시했는데
6년째 보지 못한
울 엄마를 그려낸다
순간이동한 나를
그 곁에 그려본다
5월 5일 어린이날
진주에서 젤 좋은 유원지
진양호로 데려가는 엄마를 따라
하늘땅만큼 신나던 나를
이러니 내가 홀딱 빠지지
아침 먹자마자 주문
언니 오빠 동생
집안 가득 짜시라하게 흩어 있고
할머니는 채소밭에
그리고
탱자 울타리 옆 나무 평상에 엎드려
세상 만화 다 훑어보는 내 곁에
울 엄마 앉아 계시도록
주문!
오늘은
여섯 번째 울 엄마 기일
아팠던 기억은 훌훌 벗어내고
빛나는 그날
아름다운 4형제와 머물도록
AI야 주문을 걸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