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화단
해마다 꽃이 피건만
필 때마다 난 환장하게 꽃이 좋다.
그 중에서도
울엄마 살아실 적
작은 화단에 떡하니 서서
분홍빛 꽃잎 하늘거리며
나무 가득 피어나면
거실에서 방에서
보이던 그 꽃
참 예쁘제?
저 꽃 이름이 뭘꼬!
대답 상관 없이
종일토록 꽃 핀 나무를 보시던 어머니
목소리와 눈빛이 느껴져서
서부해당화가 피어날 때
나는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마당의 그 나무를
아버진 베어냈다
그뿐이랴
등나무, 석류나무, 대추나무까지
아낌 없이 잘라낸 아버진
평평해진 화단에 비닐을 씌우곤 그러셨지
'이제 고양이가 우리 화단에 똥누러 못올 끼다!'
그래도 1층 베란다와 옥상에는
어머니의 화분이 가득 남아,
비 오면 처마 바깥으로 화분을 옮기고
겨울에는 거실로 데리고 들어오기도 하더니
어머니 가신 지 5년,
아버지는 화분도 모조리 버렸다
녹음과 향기가 사라진 아버지의 집에는
아버지 냄새가 가득하다
걸쳐진 옷이나 나뒹구는 생활품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집은 정갈한데
비릿하기도 한 그 냄새는
아무래도 지울 수가 없는 것인지
거실 윗창은 항상 열려 있다
올해 여든일곱 고령인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뒷산 등산을 하고
산친구들과 매일 점심을 드신다
오늘은 청국장을 먹었어
먹을 만하게 해주는 집이라
말씀하시며
어머니 말이라면
뭐 하나 듣지 않던 아버지가
시한부 선고 받은
어머니의 병을 알고서
개과천선이 뭣인지 보여주며
병간호에 지극정성이던 어느날,
담에 너거 아버지한테
생활비 많이 드리라이~
그 말 남겨놓고
훠이훠이 이승을 떠나신 울어머니
그 말씀 지키려
매달 생활비를 드리고
짬짬이 국과 반찬을 만들어 가면서도
생활비 많이 드리라이~
그 말씀을 제대로 받들지 못해서
왜 어머니 나무를 다 잘라냈느냐고
그 많던 화분을 어찌 다 없애 버렸느냐고
한번도 따지지 못한 채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뀌고 해가 바뀌어
또다시 세상은 봄날이 되고
거리는 꽃천지가 되었다.
벚꽃이 피고 벚꽃이 져도
괜찮던 가슴이
서부해당화 피어 분홍 꽃보라 넘실거리면
우짜꼬!
나는 자꾸 어머니가,
어머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