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봄날은 간다'에서 늘 울게 될까

by 진주아지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있었는데, 그날 이유를 알았다.


내가 현역가왕을 보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차지연.


지방의 한 가게에 들렀다가

'우리도 TV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인의 말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그녀의 이야기.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긴장과 떨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얼굴로 무대에 서 있는 모습에서 호감이 생겼고,

정수라의 '내 사랑을 본 적이 있나요'를 부를 때

그녀에게 반했다.


나훈아의 '테스형'을 부를 땐,

너무나도 멋있어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결승전,

'봄날은 간다'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차지연은 촌스러운 한복을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무대에 섰다.


"팔십세 살 먹은 정애심입니다. 나가 꿈이 가수였는디 우리 마을에 노래자랑 방송국이 와서 고맙습니다."


노인의 목소리였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예삐 보일라고 이라고 입었는디,

섹시헙니까?"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라고 서 있응게 우리 자슥들 생각이 납니다.

내 새끼들아, 잘 살아 주어 고맙다.


내 살아보니께 인생이 별 것이 없더라.

너무 애씀서 살지 말어라.


너거들 객지 나가서 애씀서 사는 모습을 생각을 허모

이 에미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 막내며느리 듣거라.

우리 자슥이 먼저 갔어도, 너거 자슥 둘을 잘 길러주어 고맙다.


죄스런 마음이 크다.

꼭 한 번 오니라. 나 죽기 전에 보고잡다.

꼭 한 번 오니라이."


"예. 저 인자 노래하것습니다. 박수우."


그리고 시작된 노래

봄날은 간다


그것은 더 이상 차지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팔십세 살 정애심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우리네 할머니의 목소리였고

어머니들의 목소리였으며

잊지 못해 절규하는 모든 이들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


관중도

심사위원도

TV를 보던 언니와 나도.


어쩌면

그것은 떠나간 청춘에 대한

인사였는지도 모르겠다.


노래 '봄날은 간다'를 들을 때마다

왜 그리도 슬펐는지 설명할 수 없던 감정을,

그녀는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노래를 듣는 아들의 표정도 잊을 수 없다.

구절구절 엄마의 마음을 느끼고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소년.


역시 그 엄마에 그 아들이다.


노래를 끝내고

손가락으로 8번을 만들어 보이며

개구지게 웃던 차지연.


그녀는 누가 뭐래도

이 시대의 명창이었다.


20년 뮤지컬 경력에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단 하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부르는 이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것.


나는 그렇게

차지연의 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