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앱 개발을 하게 되었다.
2009년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아이폰3Gs으로 전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해. 오픈소스의 안드로이드는 삼성전자와 수많은 기업들과 연합을 맺으면서, 스마트폰 전쟁을 펼칠 준비를 하였다. 이 모습은 현재 테슬라의 모습으로 오버랩 되는데 전기차 및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무기를 들고 다른 자동차 기업들을 공격하는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삼성전자는 공격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자바 개발자들을 모집 하였었고, 내 주변 동료들도 삼성으로 이직을 하는 등 그동안 심심했던 개발자씬에 많은 자극을 주었었다. 모바일의 여파로 빅데이터가 성장하고, 빅데이터의 성장으로 그 재료를 활용한 인공지능이 각광 받으며 카카오와 같은 수많은 테크 기업들이 탄생하여, 지금의 개발자 전성시대를 만들어준 장본인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에 아직도 그를 가장 존경하고 있다.
아이폰4로 모바일의 세상에 들어온 후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던 앱들 중 퀄리티가 훌륭했던 앱들은 나에게 자극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어썸노트라는 국내 앱은 잘만든 앱하나로 평생 굶어죽지 않겠구나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이 자극으로 당시에는 잠을 자려고 누으면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라 한달동안 10개가 넘는 앱을 정리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흘러 넘쳤다.
앱 개발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기에 회사를 다니면서도 앱을 만들어볼 계획을 짰었고, 네이버 카페에 당시에 주언어였던 자바 기반의 안드로이드 스터디를 모집하며 행복한 미래를 계획했지만,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대개 그러하듯 얼마 못가 한두명씩 그만두면서 나의 아이디어는 연필 냄새 가득한 노트들과 메일 박스 안에서 곱게 잠을 자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5년전, 현재 회사로 이직한지 3개월이 지났을까? 팀장님과 당시 나를 현재 회사로 스카우트 했던 예전 회사의 부사수가 회사를 그만 둘 준비를 하였었고, 나에게 같이 그만두자는 제의를 하였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으며 현재 다니는 회사에 들어온지 몇달이 되지 않았기에 제안을 거절했지만, 나를 현재의 회사로 끌어들인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여, 창업을 할 때 시스템에 대한 설계를 도와준다 정도로 제안을 거절하였다.
처음에는 그들이 정말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 였는데, 같이 하지 않길 잘했다 싶다가도 자유롭게 살고 본인의 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내심 부럽기도 하였다. 그들이 열심히 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살아갈 때, 나 역시 현재의 회사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매해 좋은 평가를 받고, 어느덧 높은 연봉을 받은 직원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회사에 열심히 일을 하던 어느 날, 창업을 했던 예전 부사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뭐하세요?"
"응? 난 열심히 살고 있지..."
"우리 회사 정말 안 오실거에요?"
나중에 알고보니 당시 같이 창업했던 회사의 대표인 예전 팀장님이 앱 사업을 포기하고 같이 창업에 뛰어든 내 부사수였던 직원에게 회사를 인수했으며, 코로나로 인한 매출 상승 때문인지 아니면 대표가 되면서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인지, 전화위복이 되면서 이제 마음 편히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번 놀러오라는 말에...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지만, 집과 2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이라서 쉽게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번주 금요일 회사에 반차를 내고, 그 직원을 만나러 출발하였다.
회사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모여있는 커다란 건물이었고, 사무실은 약 3~4명 정도 쓸 수 있는 공간이었으나 혼자 있었다. 나머지 직원(예전 직장 동료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들은 어디가고 왜 혼자 있냐 물어보니 주 3일 일하고 있어서 나머지 직원들은 집에 있다고 하였다. 그때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주 3일이라니... 배민에서 주4일 한다고 부러워 했었는데 여긴 주3일에 완전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번 돈으로 새로운 앱을 발굴하고 투자한다고 하였는데, 그 얘기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내가 그동안 쌓아두고 다듬어 놓은 아이디어를 한번 툭 던져보았다. 현직 앱 회사의 대표는 과연 내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였는데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요."
"정말? 근데 그동안 시도를 못한 이유가 이거 특허 내야 될 것 같은데, 특허비가 꽤 들어서... 근데 특허 안 내면 너도나도 따라할 것 같애..."
"특허비 대줄테니 저희랑 같이 해요"
처음에는 "앱은 그렇게 만들면 망해요."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쿨한 대답과 아이디어를 인정 받은 느낌에 그동안 가슴속에 간직했던 앱 개발의 꿈을 빨리 이루고 싶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조언을 듣고, 개인 사업자를 내보라는 말에 대화를 마친 후, 서둘러 집에서 개인사업자를 낼 준비를 하였다.
최근 들어 대규모 프로젝트가 끝이 난 이후 번아웃(burn-out)으로 꽤나 힘들었는데 앱을 만든다는 생각에 무기력증이 순식간에 치료가 된 것을 보면 지금은 내 인생의 2막이 진짜 시작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