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의 성벽 10

10. 이제는 내가 당신의 성벽이 되어

by 갱s토리

병원의 복도는 늘 삶과 재활의 의지로 분주하다. 10년 전, 84만 원의 월급에 인격마저 저당 잡혔던 서러운 막내 치료사는 이제 환자의 손을 잡고 그들이 다시 사회로 발을 내딛도록 돕는 베테랑 작업치료사가 되었다. 내 손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들의 뒷모습을 볼 때면, 비로소 내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안도감과 행복이 밀려온다.


환자들을 돌보고 보호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내가 가장 간절히 비는 기도는 단 하나다. '나의 가족들은 아프지 않게 해 달라는 것.' 타인의 고통을 매일 마주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우리 엄마의 굽은 손가락과 아빠의 고단한 어깨가 내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아프게 다가온다.


이제 나는 번듯한 내 집도 있고, 가족들을 지킬 힘도 조금은 생겼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내게 짐이 될까 봐, 혹은 예전처럼 내가 버럭 화를 낼까 봐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곤 하신다. 그 모습을 볼 때면 가슴 한구석에 멍울이 진다. "엄마, 이제는 나한테 다 쏟아내도 돼. 내가 다 받아줄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쑥스러움에 그저 돈 없다고 징징거리는 못난 딸의 모습 뒤로 진심을 숨기곤 한다.


돈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엄마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고 싶고, 아빠와 남동생 정현이, 그리고 나를 지켜준 고모들까지 내 울타리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받은 사랑을 다 돌려주고 싶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건 내 인생의 정답이 아니기에, 나는 오늘도 작업치료사로서, 그리고 한 가족의 듬직한 장녀이자 누나, 조카로서 더 열심히 살아낼 다짐을 한다.


"엄마, 아빠, 정현아. 그리고 나의 고모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말들을 다 모아서 우리 가족에게 주고 싶어."


철없던 공주님에서 달동네의 겁쟁이 소녀로, 그리고 이제는 가족의 성벽을 수리하는 성주로 성장하기까지... 나의 모든 시간은 당신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지어졌다. 이제는 내가 당신들의 단단한 성벽이 되어줄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가장 따뜻하고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줄게.


고맙고, 미안하고, 무엇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