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빚은 일상 8

8. 좁은 치료실을 채우는 가장 넓은 마음, '배려'

by 갱s토리

우리 작업치료실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치료사 7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으면 숨 쉴 틈조차 부족할 정도다. 환자분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느냐, 의자에 앉느냐에 따라 동선이 시시각각 변하는 긴박한 현장. 자칫하면 서로 부딪히기 십상이지만, 우리 치료실에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흐른다. 바로 '뒷사람에 대한 지독한 배려'다.

본인이 사용한 치료 도구는 다음 사람을 위해 빛의 속도로 치우고, 좁은 복도를 지날 땐 서로 몸을 비껴가며 길을 터준다. 내 시간에 오시는 환자분의 상태를 기민하게 캐치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건 기본이다. 10년 전, 100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에서 '나'만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풍경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뒷모습을 볼 때면, 나는 이 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러워진다.


이 끈끈한 결속력의 정점은 역시 '화끈한 회식'이다. 병원 문을 닫고 맛있는 음식 앞에 마주 앉으면, 낮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는 안주 삼아 털어내고 마음속에 꾹꾹 담아두었던 진심들을 꺼내 놓는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선후배 관계를 녹여주는 건 우리 치료실 '장인' 선생님의 오픈 마인드 덕분이다. 권위 대신 먼저 손을 내미는 선배가 있기에, 우리는 더 쉽게 다가가고 더 깊게 소통한다.


사람에게 크게 데어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이직해 왔던 나였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진심을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내가, 이제는 이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좁은 치료실을 넓게 느껴지게 만드는 마법, 그건 바로 '배려'라는 단어였다.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배운다. 좋은 치료사가 되기 전에 먼저 좋은 동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던 아픈 과거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내 곁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사람 성벽'이 함께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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