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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상실 Feb 10. 2024

엄마 나 입양했어?

스키와 초품아 그 어디 적정선을 찾아서

2024년 2월 7일

지출내역

1. 두 아이 스키리프트권 37,000원*2=74,000원

  장비, 스키복 대여 20,000원*2=40,000원

  강습료 2시간 80,000원*2=160,000원

총 274,000원


2. 엄마, 동생과 기다리는 카페에서 음료 21,500원

> 이번이 두 번째 스키

> 지난번에는 엄마가 차를 사주셨으니 이번엔 내가

> 동생은 아이들 차로 픽업하느라 애썼다.

   어른의 고마움은 말보단 돈으로...


3. 아이들 스키 끝나고 간식 18,500원

> 밀크티 6,500*2= 13,000원

> 치즈 핫도그=5,500원

> 강사 섭외하고, 일정 잡는 수고를 동생이 했으니 그 노고를 취하하며 난 돈을 낸다.





첫째 5학년

둘째 3학년

아이들이 이젠 제법 컸다.



뭐든 배움에 대한 속도가 나서 가르쳐주는 재미가 있다. (공부는 제외라 슬프구나...)

첫째는 수영을 4학년 여름부터 다니고 있는데 나름 즐거워하고 있다. 고슴도치 엄마가 보기에 폼은 박태환급이다. 아가 때는 물속에서 그렇게 별주부전 토끼마냥 무서워하더니 점점 달라지는 모습이 새롭다.



요것이 아이 키우는 재미...!

둘째도 대근육 발달은 미미하지만 첫째 따라쟁이인지라 자기도 수영을 하고 싶다고 한다.




수영장까지 거리가 우리 집에서 1km쯤?

아이걸음으로 30분 정도 걸린다.

원한다면 보내주고는 싶으나 시간도 그렇지만, 제일 걸리는 것은 중간에 똬악 있는 8차선 대로다.

아이를 길 건너게 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졸이는 일인지 저학년 부모라면 다 이해하지 싶다.


아무리 일러주고, 옆에 끼고 건너도 얼마나 가슴 철렁한 순간들이 많은지...

영유아 부모들이 왜 예민하고 까칠한지 이해는 한다. (뭐든 정도는 지켜야겠지만...)




나만의 주거지 선택 우선순위


사람마다 집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다.

직주근접, 자연환경, 역세권, 상권, 등등

난 안전한 통학로가 있어야 하고 그 시간도 10분 이내여야 했다.

남편은 지하철로 통근하니 역세권도 동시에 만족시켜야 했고...

그러려면 역시 많은 돈이 필요했다.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역세권만 중요해서 2년에 한 번씩 3~4 정거장 점프해서 서울로 서울로 가까이 이사 왔다. 그러다가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도저히 근로소득으로는 어려웠다.




지금 시세로 보자면

통근거리 기준 서울 노른자 땅에서부터 1시간 안쪽이면 8억 이상..

30분 안쪽이면 13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



10분당 1.5억씩 더 주어야 하고, 그렇게 절약된 시간들은 다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쓰일 수 있다.

아.....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은 출퇴근을 하면서 모두 드는 생각일 테고

(특히나 여름, 겨울이 될수록 간절해진다.)




누가 누가 시간을 아낄 수 있는지는

학연도

지연도

외모순도 아니다.



오로지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등기를 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거기에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면 한 가지 조건이 더 추가된다.

바로 통학로 여건




제 발로 걸어 다녀야 하니

통학로의 차들을 다 치우고 싶어 진다.

당연 남의 차를 그럴 수 없으니 차가 최대한 없는 곳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결국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

기승전 돈돈돈...



그렇지 못하다면 내가 일을 그만두고 데려다줘야 해서 소득이 끊기고..  일을 한다면 아이 키우는 것은 운의 영역이 된다.




모두의 시간은 공평하게 24시간


그렇지만 어느 누구는 통근과 통학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누구는 획기적으로 줄이기도 한다.

금수저가 아니니까 이번생은 망했다며 포기하기에는 이미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듯, 난 그들의 안전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금 내가 노력하고 애쓰는 대부분의 동기는 아이들이고 말이다.

내가 지금 사과가 먹고 싶다고 바로바로 사 먹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길에서 버려지는 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머뭇하게 될 때도 있다.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학교까지 30분 정도 걸렸고, 그 중간에 신호등 없는 4차선 대로도 있었다.

아침에는 녹색 봉사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노느라 하교시간이 늦어지면 눈치껏 건너야 했는데...



이게 초등학생에게는 꽤나 어려웠다. 가끔 마음씨 좋은 운전자를 만나면 기다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쌩쌩 그냥 지나가버렸다.


한 번은 횡단보도 중간까지 갔다가 저 멀리서 오는 차가 무거워서 다시 되돌아가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

그 운전자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이런 경험이 몇 번 있다 보니 돈을 더 주고라도 초품아를 고집하게 되었다. 점점 나를 위한 소비보다는 아이에게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지금도 물론 크게 소비성향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 점은 있다.

예전같이 마른 수건 짜는 듯하게는 하지 못한다.

아이들도 주변 친구들과 어울리는 세계도 있고

무작정 아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거면 왜 낳았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2년 전쯤 소비와 투자에 철저를 기할 때 첫째가 진심 진지하게 물어봤던 적이 있다.


엄마 나 입양했어?


나랑 코도 똑같이 생기고, 남편하고 머리털도 같고, 닮은 점이 천지인데 왜 그러지?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대답했었다.



입양은 안 했지만 입양해서 키우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콩쥐팥쥐나 신데렐라에서는 계모들이 다 나쁘게 나오는데 좋은 새엄마도 많어.
어쩌고저쩌고...




 대답을 하다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골똘히 생각해 보았었다.

첫째의 의도는.. 입양한 게 아닌데 왜 엄마는 남처럼 느껴지나 이거였다

내 딴에는 아이들 미래를 위해 아끼지만 아이가 보기에는 너무하다 싶다고 느껴졌나 보다.

뭐든 지나치면 아니 간만 못하니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그 이후로는 우리 경제상황, 소득과 지출내역, 투자상황, 미래 계획도 공유하고 있다.

아주 가끔은 근사한 카페나 여가활동을 하며 돈이나 시간도 쓰고 있다.



이번 스키강습도 한 번에  30만 원가량이니 까짓것 흔쾌히 낼 수 있다고는 말 못 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30만 원 정도는 미래보다 현재를 위할 수는 있지 라는 생각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지불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는 두 번의 강습도 모자라 2월 말에 또 오자고 한다.



조만간 우리 집 경제상황을  브리핑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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