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생각나는건 과거 뿐 입니다."

삶의 명문장

by 이호

"가만히 있으면 생각나는 건 과거 뿐입니다."

가만히 곱씹어 본다. 며칠 전 정신과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이다. 삶을 살다보면 스치듯 지나가는 어떤 말이 인생을 바꾼다. 이 말이 그랬다. 나는 과거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미래를 보게 해주었다.


"과거에 빠지면 남는 건 후회뿐이죠. 인간이란게 그렇습니다."


정신과 선생님께서 물었다.

"가장 괴로울 때가 언제예요?"

"침묵할때요."

내가 답했다.


3년 전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내 삶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아이를 재우고 조용한 밤이 오면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로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혼자 침묵할 시간이 오면 과거를 떠올렸다.


"선생님, 몸이 아픈 남편에게 짜증을 낸게 맘에 걸려요."


남편은 코로나 백신 후유증으로 대상포진을 심하게 앓았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남편의 하소연도 늘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병이 길어질 수록 남편에게 강함을 요구하고, 남편의 투정을 거부했다. 그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더 부드럽게 위로해주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선생님,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면서 유독 남편에게는 왜 친절하지 못했을까요?"


"자기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데 왜 나한테만 불친절해?" 어느 날 남편의 말이 내 마음속에 사무친다. 육아로 서로 지친 상태,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냈다. 그 와중에 남편이 쏟아 낸 저 말은 내게 죄책감으로 남았다.


자괴감이 나를 감쌀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원동력을 주었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고,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가만히 있으면 과거를 떠올리고, 과거는 후회만 가져온다는 그 말씀은 내 죄책감을 덜어주고,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과거의 후회로 괴로울때, 그 생각 대신 앞으로 해야할 일을 떠올려보세요."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 침묵의 시간, 과거보다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본다.

1. 아이와 점심먹기

2. 브런치에 글써보기


이런 저런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버스에 탄다. 흘러가는 버스 차창 밖 풍경처럼, 후회가 흘러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