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8월 3일
죽음은 언제나 삶과 가까이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생겨나는 생의 숫자만큼 죽음의 숫자가 비슷하기 때문이겠고,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해본 사람 또한 그만큼 많다는 것이겠죠. 가까운 죽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체에서, 지나가는 장례식장에서, 차와 차 사이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급박한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에서 우리는 수시로 죽음을 접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죽음입니다. 차선 중앙에 떨어져 매연과 함께 부패하다 어느 새벽에 남몰래 치워지는 새들의 사체와, 포충기의 파란 불빛에 맹렬히 달려들었던 나방들의 사체와, 손바닥 사이에서 당신의 피를 머금고 조그맣고 까만 자국을 남기는 모기들의 사체도 우리가 쉴 틈 없이 겪는 존재들의 죽음입니다.
저는 이제껏 살면서 제 자신의 죽음에 가장 근접한 위치에 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무기를 가지고 인간을 살해하는 방법이나 전술 등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그런 것 보다도 실제적인 죽음, 그러니까 숨이 끊어지고 사지가 절단되며 피가 솟구치는 그런 죽음의 종류와 가까이 있습니다. 아주 간혹 지뢰를 밟아서, 누구는 협박과 스트레스에 못 이겨서 죽음을 이 장소에 가지고 옵니다. 오늘 책의 한 구절을 읽고 '죽음'이라는 단어를 팔등 안 쪽 긴팔에 가려지는 부분에 적어두고 돌아와 글을 쓰지만,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써야지 그때 생각했던 것들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그리고 글자가 되어 내 몸에 나타나버린 이상 앞으로도 계속 생각이 날 단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대장으로서 저는 제 부하의 혹시 모를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군법과 형법상 부하의 죽음에 책임을 가진 채로 조사에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제 죽음에 스스로 책임져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회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그 가능성이, 밤중에는 어둠 속에 숨어있다가 이슬을 매단 채 햇빛을 반사하는 거미줄처럼 살짝 보이는 듯합니다. 죽음에 조심해야겠습니다. 저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