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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Apr 16. 2024

15. 나는 제법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너도 그러하다.

149cm 바스트 C 컵. 나는 베이글녀다.


첫 소절부터 자극적인가?

그런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늘은 아주 뻔뻔하게 내 자랑을 해볼 작정이고 사십 평생 처음으로 내 손으로 나의 아름다움을 써 내려갈 작정이니 끝까지 읽어 줬으면 좋겠다.

사실 6장, 인연에 대한 글을 쓸 무렵부터 괜히 타로 메이저 카드에 맞춰서 글을 쓰기로 한 건가 후회를 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써 온 이유 중에 하나가 15번과 17번 글은 꼭 타로 메이저 카드를 핑계 삼아서라도 솔직하게 써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5번은 '악마'의 카드이고 다양한 키워드가 있지만 그중에 '거부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소재로 택했고 이 소재를 핑계로 내 평생 처음으로 굉장히 과감하고 대범하게 내 자랑을 시작해 보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내 키는 고작 149cm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율이 제법 좋아서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나 작은 키란 걸 알지 못한다.

그래서 실제 바로 내 옆에 서고서야 "이렇게 작았어요?!" 하고 놀라는 사람도 많다.

키가 작아도 비율이 좋은 덕분에 발목까지 오는 롱 원피스가 제법 잘 어울려서 20대 중반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의류 판매하던 시절 뒷부분이 엑스자로 여러 갈래 끈으로 매듭지어져 살이 보이면서도 너무 과하지 않은 섹시한 스타일의 원피스를 사 입었는데 키가 작든 크든 상관없이 다른 매장의 언니들이 따라서 사 입을 정도로 나름 동대문 이효리로 스타일도 좋았다.

작은 키에 비해 바스트는 꽉 찬 C 컵이라 그 당시 힙은 작았지만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나온 몸매처럼 보일 정도라 20살 친구들과 다 같이 청주 시내로 놀러 갔을 때 친구 차인 카니발 뒷 자석에서 있다가 한 친구가 그냥 매너 있게 문을 대신 열어줬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몸매 좋고 스타일리시한 여성이 내리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연예인인 줄 알고 웅성 거리며 쳐다보기도 했다.


근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겠다. 가슴도 없는 남자들이 컵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야동에서만 보던 가슴들만 보고 야동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D~G컵을 보고 실제 C컵 여성들의 가슴을 B컵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 너무 황당하고 무지해서 무지한 놈들이구나 하고 넘기고 싶지만 의외로 그렇게 무지한 놈들이 너무 많아서 짚고 넘어가려 한다. 70,80,90 이런 건 그냥 둘레다. 남자들이 가슴 통 둘레 재듯이 그 통을 재는 것이니 90에 C컵이 가슴이 더 큰 게 아니라 90이면 날씬하지 않은 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컵은 말 그대로 남자들 너희에겐 없는 여성들의 진짜 가슴 사이즈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너희가 그 컵에 대해 이해할 리 만무한데 너네들이 아는 야동의 기준으로 여성들에게 몇 컵이니 하며 아는 체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무지해서 민망할 지경이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나는 엄마의 유전이자 친가 쪽 할머니 유전 덕분에 가슴이 탄탄하고 예쁘다,

엄마도 F 컵, 외할머니는 뵌 적 없어서 모르지만 친할머니 가슴도 F 컵인데 잘 처지지 않는 치밀 유방이다.

원래 가슴은 대부분 지방인 경우가 더 많은데 한국 여성들은 치밀 유방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한다.

그런데 가슴이 큰 경우엔 치밀 유방은 별로 없는데 나는 축복받은 덕분에 제법 큰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치밀 유방이라 가슴이 잘 처지지 않아서 잘 때 브라를 착용하지 않은 지 20년이 다 되어 가고 평상시에도 브라를 착용하지 않고 대일밴드 같은 패치만 붙이고 다닌 지는 1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꽤나 탱탱함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나이가 들면 자연히 브라 착용을 꾸준히 해도 쳐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나는 브라 따위에 소화력을 잃어가면서까지 더 커 보이고 쳐져 보이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다. (뭐 그럴 필요 없이 예쁜 가슴이기도 하지만)

피부도 탄탄하고 다른 여성들에 비해 근육이 잘 붙는 편인데 그만큼 살이 찌면 빠지기 힘든 올챙이 형 배로 찌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거의 한복만 입고 다녀서 사람들은 잘 알아채지 못한다.

지금은 이전보다 쳐지고 작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큰 눈을 가졌고, 눈동자 제법 크다.

한 때 유행했던 서클렌즈를 굳이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이전만큼 큰 눈동자로 유지 됐을 텐데 쌍꺼풀 있으면서도 아이참 붙이는 애들이 부러워서 따라 붙였던 것처럼 굳이 큰 눈동자에 유행하는 서클 렌즈를 몇 년 착용하느라 동공 주변이 흐릿해져서 눈동자가 이전보단 작아졌다.

쌍꺼풀이 이전엔 너무 진해서 수술했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였는데 난 코 수술만 받았다.

이마는 앞짱구라고 놀림을 받았었는데 언젠가부터 이마에 사람들이 지방을 넣기 시작하고 그게 유행이 되면서 놀림받던 내 이마를 넣은 이마로 오해받는 상황이 여간 우습긴 하지만 어쨌든 그만큼 내 이마가 지금 '미의 기준'에 맞는 이마란 뜻이겠지.

두상이 작아서 소형 마스크가 맞을 정도이고 그 작은 얼굴에 큰 눈이 있으니 더 또렷해 보이고 작은 두상 덕분에 단발과 숏컷도 잘 어울린다.

흰 피부가 아니라 건강해 보이는 피부 톤인데 여름이 되면 돈 주고 썬텐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까매져서 여름이면 나의 매력이 한층 올라간다. (그래서 여름에 고백받는 경우가 많았다)

덧니가 있었지만 치아 교정을 하고부터 웃을 때 자신감이 생겼고 그 덕에 웃을 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생각한 나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목소리라 자부한다.

사실 이 목소리에는 비하인드가 있다.

2년 전쯤 33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최소 12시간 동안 상담, 교육, 촬영을 하게 되면서 성대결절이 생겼다.

33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거의 쉬는 텀도 없이 말을 하면서 목소리가 변형된 게 지금의 목소리가 된 거다.

그 덕에 목이 아파서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구독자들도 실제 나와 만나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도 내 목소리를 칭찬했고 나 역시 마음에 든다. (신의 한 수였던 거다.)

유튜브 하면서 발음 지적을 너무 많이 받아서 발음 고치려고 애 많이 쓴 덕분에 '아나운서' 같다고 하거나 '딕션 최고다'라는 평까지 듣게 되었으니 말하는 직업인 나에겐 엄청난 매력을 가진 셈이다.


한복만 즐겨 입기 시작한 후부턴 30대 중반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케쥬얼 하게 입고 다니면 20대 중반 또는 후반으로 보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동안이다.

지금도 한복을 입고 다니면서 30대 중반으로 보긴 해도 내 나이 마흔 하나 (옛 한국 나이)에 30대 중반으로 보는 것도 충분히 동안으로 보는 거니까.

또 한복을 입고 다니면서부턴 이전에도 종종 듣긴 했으나 지금은 더 귀태가 난다거나 돈 걱정 없이 부유하게 자란 사람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인상 좋다는 말은 덤이고, 요즘에는 한 번씩 대화를 하다 보면 오은영 박사님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를 지적인 이미지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어릴 적 문풍지로 된 문과 마당에 푸세식 화장실이 있던 낡은 집에서 살았던 지난 과정과 모습을 아는 친구들은 용 됐다고 하거나 개과천선 했다고들 한다.

지금도 과체중으로 살이 찌긴 했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제법 미인상이라 사실 이성들도 근자감에 취해 있는 일부 녀석들을 제외하곤 과감하게 들이대는 경우는 잘 없다.

이미 사귀고 있을 누군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거나 다가가기 어려운 카리스마나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 내 자랑질이 나 혼자만의 망상은 아니란 건 알 수 있지 않은가.

비록 코가 너무 작고 짧은 코라 코 수술을 했고 덧니가 보기 싫어 치아 교정을 해서 100% 자연 미인은 아니지만 코 성형 전에도 나는 참 예쁜 아이였다.


코 성형 전 20살 풋풋한 손여진 / 무 보정 오리지널 사진


자랑질이 생각보다 길어졌는데, 이제 왜 이렇게  자랑질을 는지 설명하겠다.

나는 나를 미워했으며 혐오했다.

어쩌면 증오에 가까운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나로 태어난 것이 죽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삶이 한탄스러운 것 때문만이 아니다.

단순히 어릴 적 가난하고 엄마 없이 자라느라 식모로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낸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양쪽 발가락이 기형 발가락이라 수술을 받았고, 그럼에도 수술이 잘못 돼서 절뚝이로 살아야 할 위기에서 독기 품고 걸어 다녀서 정상적으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생 발가락 교정기를 착용해야 하고 그럼에도 오래 걸으면 교정기를 빼도 아프고 껴도 아프다.

내 외모적인 부분을 가족들이 가장 무시했던 이유가 어쩌면 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의 못난 점만 봤다.

거의 한 컵이나 차이나는 짝 가슴, 단지증, 작은 키, 까만 피부, 털 많은 것도 싫고 그냥 내가 싫었다.

그렇게 나를 싫어하며 산 세월이 39년이다.

즉, 내가 지금 이렇게 내 자랑질을 해대지만 내가 나를 좋아하기 위해 좋은 점을 보려 한 지는 몇 년 되었고 그럼에도 오래도록 나 스스로를 혐오한 탓에 쉽지 않았다.

내가 나를 인정하기도 싫어서 나 자신을 밀어내느라 내 좋은 점을 볼 수 있게 된 게 겨우 고작 1년 정도밖에 안 된 거다.

근데 이렇게 내가 나를 사랑하고부터 신기할 정도로 삶의 여러 면에서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남들이 뭐라 하든 뻔뻔해 보이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나르시시즘 까지는 가지 말고..)


상담을 하거나 촬영을 하면서 늘 "누구나 자신의 장점이나 능력이나 매력이 있으니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매력 하나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 자신만의 매력을 자신이 가장 먼저 잘 알아야 원하는 것을 얻으며 살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거다.

배 다른 큰 오빠와의 악몽 같은 기억이나 그 외 어릴 적 일어났던 수많은 '남성'들과 관련한 사건들 때문에라도 나는 나를 싫어해야만 했다.

내가 나를 혐오하면서 그때의 일들이 다 '내 탓'이라 여겼다.

피해자를 더 탓하는 한국인들의 특징 덕분인 지 정말 나는 모든 탓을 내게 돌려 그 악몽 같은 사건들을 경험하고도 나를 위로하긴커녕 외면했던 가족들처럼 나 자신마저도 나를 외면하고 지옥 속에 살도록 가둬두었다.

40년 가까이 나를 지옥에 가둬둔 채 외면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살게 하느라 결국 그 상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물들게 했고 후회는 언제나 내 몫이 되었다.

감당하기 힘든 후회 속에서도 나를 위로하지 않고 내가 어떻게든 쉽게 시들어 죽길 바랐다.

그렇게 세상이 나를 지옥 속에 밀어 넣으려 할 때 나는 그 어떤 저항도 하지 않고 나조차 그 지옥에 사는 것이 마땅하다 여기고 그 지옥 속에서 고통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듯 꺼내주려 하지 않았다.

그토록 구원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들렸음에도 나는 외면했다.

그래서 이젠 그토록 미워하기만 했던 나를 미치도록 사랑해보려 한다.

그리고 나처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간곡히 청한다.

결코 세상에 온전히 아름답기만 한 존재가 없듯 온전히 추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매력이 있고 자신만의 재능과 힘이 있다.

그걸 모른 채 남을 부러워하거나 시기 질투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그 누구도 지옥 속에 있는 당신을 손 내밀어 꺼내주지 않는다고 원망 마라.

실은 그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도록 내버려 둔 것은 자기 자신이니.

그 누구의 손도 기다리지 말고 오로지 당신 자신만이 그 지옥 속에서 꺼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손을 내밀어라.

당신은 그 누구보다 귀하고 아름다우며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당신만의 매력을 품은 채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사랑하라, 당신을.

그러니 인정하라, 자신을.

더는 당신을 외면하지 마라.

더는 당신을 지옥 속에 살게 하지 마라.

당신은 빛 속에 존재해야 할 사람이고, 어떠한 사랑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이다.

온 사랑을 받아 마땅한 존재이니, 부디 그대여 당신을 사랑하라.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할 테니.


오늘 이 글이 단 한 사람이라도 지옥 속에 살고 있는 자신에게 손 내밀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


뻔뻔한 척 용기 내어 처음으로 내 손으로 내 자랑을 해댄 여진아, 고맙고 사랑한다.



【마법처럼 힘이 되는 한 소절】

스스로 감정을 억제하고 짓누르며 감추기만 하는 것은
내가 나에게 학대를 가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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