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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Apr 17. 2024

16. 급발진하는 분노 조절 장애.

누군가 당신을 미워할수록 당신은 당신을 더 사랑하라.

나는 내 감정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서 급발진을 잘했다.

급발진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나에게 돌아왔다.

그 피해의 규모는 매번 달랐지만 피해 입는 일이 쌓여서 작은 피해조차 큰 대미지를 입히곤 했다.


서른, 그쯤이었나.

'딸들아,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라' 최윤희 작가님이 쓴 책을 읽게 된 후 달라졌다.

아니,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를 시작한 후 다시금 급발진하는 일이 잦아졌다.

원인은 분노를 조절할 힘을 기르지 않고 분노할 때 모습을 감추려 했기 때문이다.


고쳐야 할 것을 고칠 생각하지 않고, 감추기 급급했기에 결국 눌러 담았던 감정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병은 치료받아야 낫는다.

약물 치료든, 자연 치유든 방법을 찾아서 그 병에 맞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분노 조절 장애도 마찬가지다.

일단 그 병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왜 나는 쉽게 분노하는가'

'왜 나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가'

꼭 필요한 체크를 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하느라 감추기 바빴다.


쉽게 분노하는 원인을 알아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만큼 나는 나를 몰랐다.

나를 오래도록 외면했기에 당연히 내가 나에게 무엇도 알려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다.

천천히, 천천히.

급하지 않게 나에게 물었다.

과거를 회상하며, 과거의 일들을 떠 올려 보며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나에게 묻고 묻기를 1년쯤 지속했을 때 원인을 하나씩 알게 됐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

이게 내가 나에게 알려준 첫 번째 답이었다.

그랬다.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내 감정 따윈 내 생각 따윈 관심 없었다.

좋은 어른, 난 그딴 것도 없었다.

교회에서도 좋은 어른이 아닌 편애하는 어른들만 있었고, 학교에서도 좋은 선생이 아닌 돈 밝히는 선생들만 만났다.

할머니 아버지는 오빠들이 최우선이었으니 내가 무얼 바라는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어쩌다 어렵사리 말을 꺼낼 때면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를 혼내기만 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그때도 할머니는 내가 받은 상처 따윈 관심도 없었고 그저 큰 오빠의 안위만을 생각했다.

전교생 따돌림을 받던 당시에도 내가 느끼는 고통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고, 중학교 때 은따를 당하면서 이용당했을 때 역시 피해자인 내가 오히려 욕을 먹어야 했다.

사실을 이야기해도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고, 내 감정도 내 마음도 내 안위도 중요하게 여긴 사람이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말쯤부터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거짓말도 해보고, 큰 오빠한테 대들어도 보고.

그래서 또 맞긴 했지만 후련했다.

화를 내니 들어 먹는 것 같았다.

사실 그렇다 해도 내가 아는 여러 자녀들이 부모님에게 대드는 수준에 비해선 애교 수준이지만 나에겐 가장 대범한 시절이었다.

가까운 우리 사촌 언니만 봐도 부모님과 오빠들한테 대들고 화내는 걸 보면 경이로운 수준이었으니 내가 반항했던 그 모습이 어떤 이들의 눈에는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 인생 처음으로 객기 부렸던 때였고 후회는 없다.

그나마도 그렇게 반항한 덕분에 그 집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너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내가 나에게 알려준 두 번째 답.

온 세상이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기니 나 역시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했다.

그래서 내면의 아이가 나에게 그토록 아껴달라 소리쳐도 외면한 탓에 그 분노를 엄한 곳에 풀게 된 것이다.

지나고 보면 그게 싸울 일이었나, 화낼 일이었나 하는 상황들이 있다.

맞다. 정말 그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오래도록 외치는 소리를 무시하니 엉뚱한 곳에다 소리 질러 댄 것이다.

그것이 곧 '자격지심'으로 이어져서 조금이라도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면 감정이 폭발한다.

사실 남이 나를 무시해서 생긴 자격지심 같지만, 그 누가 뭐라 하던 내가 나를 사랑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텐데 그러기엔 너무 나약했다.

그림을 그렇게 잘 그렸음에도 인정해주지 않고 그림 따위 그려서 뭐 해 먹고살 거냐며 무시하던 아버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그림을 그려나갈 만큼 용기도 자신도 없었으면서 아버지가 무시해서 그림에서 손을 땐 거라고 변명하는 것처럼.



나는 그냥 나약했을 뿐이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지만 원인을 알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덕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할 만한 상황이 거의 일어나지 않거니와, 혹여 내 감정에 흠집을 내는 상황이 일어나도 예전만큼 무너져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일은 없다.

그렇게 내 분노의 원인을 발견한 덕분에 분노를 다스릴 수 있게 된 것도 1년이 다 되어 가고, 15장에서 말한 것처럼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은 덕분이다.

그 치료법은 누가 뭐라 하든 내가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해서 절대 나르시시즘까지 가선 안 된다.)

결국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앞서 내가 나에게 알려준 대답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못하고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니까.

세상에 그 누구도 내 마음과 같을 순 없다.

설령 나를 낳아준 부모라도 나를 나만큼 사랑해 줄 수도 없다.

오히려 나를 낳아준 부모들이 한심하게 여기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런 작자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 때문에 '아 그렇구나, 난 태어나면 안 되는 존재였구나'하는 순간 내 감정은 내 것이 아닌 그들의 것이 된다.

감정이 그들의 말과 행동에 따라 놀아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내 감정뿐만 아니라 내 인생까지 쥐락펴락 그들 손에 놀아나게 되고 내 인생에 '나'는 사라지게 된다.


감정의 주인이 되어라.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


누군가 당신을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스스로를 더 사랑하라.


것만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다.

그리고 이 치료법은 단순히 분노 조절 장애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에효과적이다.

또한, 이 치료법은 단순히 감정을 치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당신의 삶을 보다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하고 당신이 사랑하고 원하는 것을 얻게 하고 그것들을 오래도록 곁에 둘 수 있게 하며 당신의 일상에 빛이 들게 할 것이다.



【마법처럼 힘이 되는 한 소절】

내가 걸어온 인생에서 마주한 불행 중에 결코 헛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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