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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Apr 18. 2024

17. 나를 괴롭히던 놈이 스타가 됐다.

제목 그대로다.

나는 학폭 피해자, 그놈은 학폭 가해자.

   뭐, 그렇다고 요즘 학폭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학폭 고발로 잘 나가고 있는 놈 발목을 붙잡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프로필에 본인이 나온 초등학교가 아닌 엉뚱한 초등학교를 써 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놈도 창피한 걸 아는 다.

창피한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놈은 그때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못난 행동들이었다는 걸 아니까 숨긴 걸 테니.

뉘우치고 있을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창피한 건 안다니 굳이 그놈이 누구인지 알리고 싶진 않다. (래퍼라는 것 정도는 말해도 될까?)

   그렇다고 또 용서한 것도 아니다.

난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요놈 외에도 나를 괴롭힌 엑스 엑스들은 많다. 당연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방관한 선생님들 까지도.

   한 번은 나 홀로 운동장에서 책을 읽고 있는 석고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얼굴도 못 본 다른 반 놈이 갑자기 뒤에서 내가 입고 있던 체육복 바지를 확 잡아서 내렸다.

너무 세 개 잡아당겨서 고무줄이 다 끊어져 버렸다.

   주섬 주섬 반항도 못하고 손으로 바지를 여미고 교무실에 가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한 선생님에게 노란 끈이 없는지 물었다.

당연히 있을 법한 교무실에 그 어떤 선생님도 노란 끈 하나를 건네지 않았고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날 때까지 바지를 부여잡고 있어야 했다.

   그만큼 내 국민학교 시절(5학년 말, 6학년이 될 쯤에야 초등학교로 바뀌었다.)은 친절함 따위 느껴본 적 없는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요놈을 특정해서 말하는 이유는 유난히 요놈이 독기 품은 듯 나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도 살짝만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있으면 나를 밀쳐서 오르간과 같이 넘어졌던 적도 있다.

그 누구도 나를 걱정하지 않았고 그 무거운 오르간을 나 혼자 낑낑대며 다시 세워야 했다.

어쩌다 마트에서 마주친 날에는 오만 쌍욕을 퍼부으며 내게 꺼지라고 했다.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는 것 자체로 구역질 난다는 식으로.

나는 그 녀석에게 그 어떤 짓도 안 했다. 아니 그 녀석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아무 짓도 안 했다.

   말수도 없었고 말을 먼저 누군가에게 걸어 본 적도 없거니와 그냥 쥐 죽은 듯이 내 책상에 가서 앉고 나오기만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학교 근처에서 번데기 장사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그들의 타깃이 되어야 했다.

   학교 반장이었던 한나는 숙제를 안 해와서 자신의 조에 속해 있는 나 때문에 화가 났다며 산수익힘책을 던져 내 눈 밑을 가격 했지만 그때 역시 그 누구도 나를 걱정하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듯이 나를 벌레 대하듯 대했고 나는 집에서조차 똑같은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그냥 익숙했다.

   집에서도 이름 대신 '빌어 처먹을 년' 소리를 들으며 식모 살이나 했는데 안이고 밖이고 강도가 덜 하지도 않고 똑같이 잔인했기에 누구 한 사람을 꼭 겨냥해서 증오할 수도 없었지만 요놈은 그중 유일하게 TV에 나와서 착한 놈인 척하며 누군가의 우상로 지내고 있으니 그 녀석이 나를 타깃으로 삼아 경멸했듯이 나 역시 그 녀석을 타깃으로 복수를 꿈꾸고 있다.

   내 복수는 그놈만큼 유명해져서 언젠가 그놈을 어떤 방송에서든지 꼭 만나는 것이다. 그게 내 복수다.

10년 넘게 무명 가수나 배우였다가 어느 순간 뜨는 사람들이 있듯 나 역시 그 순간을 위해 내 나름 방향을 열심히 맞춰가고 있다.

   돌아가게 될 때도 있고 엉뚱한 길로 잘못 빠지거나 방향을 잘못 맞춰서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그놈을 만나 웃어 보일 게다.

그리고 남들이 비웃을 진 몰라도 난 나름 그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의 길 방향으로 잘 걷고 있다고 믿고 있다.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든 그놈을 마주하는 곳이 방송국이거나 혹은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자연히 연결되어 만나게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언제여도 상관없다.

그게 언제여도 나는 반드시 복수에 성공할 것이다.

   아 물론 그놈이 날 못 알아볼 가능성이 99%라서 "누구세요? 누구더라?" 이래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그놈에게 사과받으려는 게 아니니까.

   그냥 그놈 포함 전교생이 무시했던 내가 너희들이 나보다 누릴 수 있던 게 많았음에도 나는 온전히 내 힘으로 여기 너희와 같은 자리, 아니 너희보다 더 빛나는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이게 내 복수의 핵심이니까. 그리고 오만방자한 그놈이 나를 보고 잠시라도 설렌다면 그 보다 더 완벽한 복수가 있을까.

   '올드보이' 급은 아니더라도 나를 무자비할 정도로 무시했던 놈이 나를 보고 아주 잠시라도 설렌다면 혹은 나를 보고 멋있다고 표현을 하거나 친해지고 싶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짜릿한 복수가 되겠는가.

솔직히 그놈의 이상형이 어떠하든 아주 잠깐이라도 나에게 시선을 빼앗기게 할 자신이 이젠 있다.

내가 봐도 지금의 나는 꽤나 매력적이니까.

   그래서 복수에 성공할 자신이 있고 이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 중이고 오늘도 여전히 촬영하고 편집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실을 갈고닦고 있다.

그러니 나는 아주 가고 있는 거다. 나는 그리 믿고 있으니, 잘 가서 잘 만날 게다.



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재미난 이유를 말해주겠다.
요 래퍼 놈 못지않게 래퍼 놈과 거의 짝꿍처럼 다니며 나를 괴롭혔던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이 진짜 내 짝꿍이었고 (남녀 짝꿍) 래퍼 놈만큼 악하게 괴롭힌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1년 내내 나를 괴롭힌 녀석인데
어디서 어떻게 마주쳤던 건지, 싸이월드로 연락이 왔던 건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살에 짝꿍을 마주치게 됐고 그 녀석이 내 연락처를 받아가면서 그 녀석 친구랑 같이 커피숍에서 만났었는데 그 이후 연락을 종종 주고받기도 하고 부산대 부근에서 마주칠 때면 그리도 반갑게 인사를 했더랬다.
   급기야 나에게 고백도 했었는데 재미나게 이 녀석은 불과 6년 전에 나를 그리도 괴롭혔단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니 믿어지진 않지만 어쨌든 20살의 나에게 반했었다.
그 녀석은 사고뭉치였지만 꽤 잘 사는 집안이라 초등학생임에도 옷이 항상 비싼티가 나고 귀공자처럼 넥타이도 하고 다녔으며 키가 작았지만 인기도 많았다.
   그리고 그 당시 학원을 여러 군데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학원도 몇 군데 다닐 정도로 공부도 제법 잘했던 놈이라 콧대가 꽤나 높았었다.
그런 놈이 내게 반해서 고백도 했었으니 래퍼 놈에게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하하.

꼬맹이 래퍼야 누나가 짜잔 하고 나타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라~



【마법처럼 힘이 되는 한 문장】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땐 그냥 잠시 멈춰 서 있으면 된다.
어차피 지나갈 안개는 내 인생을 평생 가로막을 힘도 없으니 그저 잠시 쉬었다 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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