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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Jun 04. 2024

인류 역사상 지금이 가장 머리를 쓰지 않는 시대다.


2018년 10월 06일에 쓴 글이다.


벌써 6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나는 여전히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답게' 사는 것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무얼 쓰든 먹든 버려야 할 것이 생기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집까지 들고 오거나, 쓰레기 통이 보일 때까지 들고 다닌다.

어릴 때 무단 횡단 몇 번 했었지만 위험 천만한 상황들을 보게 되면서 다시는 무단 횡당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서 욕이나 비속어를 쓰지 않은지 10년이 넘었다.

굳이 먹지도 못 하면서 욕심 때문에 한껏 퍼와서 남기지도 않는다.

타인에게 먼저 무례를 범하지도 않는다.

폭행을 저지르지도 않을뿐더러, 아주 어릴 때 몇 번 동전 훔친 적 외엔 도둑질도 하지 않는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다음 날 다 기억이 나는데, 술버릇이 세상 만물에 미안하다 말하며 우는 것이라 그런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몇 안 될 만큼 술자리에서도 선을 넘지 않는다.

MBTI 특징에서도 법 없이도 살 사람으로 나올 정도로, 타인에게 해코치 하며 살아 본 적도 없지만 저 글을 쓴 지 6년이 지난 지금이나 아주 어릴 적부터 경험한 타인의 이기심 가득한 태도들은 변하지 않으니 내 맘이 저런들 쉽게 굳건해지지 않는다.

이런 나를 예민하다고 하는 그들은, 무례하고 버릇이 없으며 상스러운 말을 일삼고 아주 사소하고 기본적인 매너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믿으려 하다가 다치기를 반복한다.

이런 내가 요즘 미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며칠 전 강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또 느꼈다.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나타나는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신청부터 하고 보는 개념 없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정말 절실하게 간절히 기회를 바라는 10명 중에 한 명을 위해서 진행한다.

그로 인해 내 안에 나와 내가 싸우기를 반복한다.


A : 기회조차 주지 마라, 아무리 어떤 방향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더라도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10명 중에 9명이나 되니 그냥 돈만 벌고 살아라.

B: 그래도 정말 절실히 작은 희망이라도 품어 보기 위해 용기 낸 그 한 사람을 위해 네가 조금이라도 도움 줄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줘야지.


A도 나고, B도 나다.

왜냐하면, 이 두 마음이 내 안에 있는 것이니 둘 다 내가 맞다.

이기적인 그들보다 더 이기적이게 그냥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가도, 막상 나를 통해 웃고 희망을 얻었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만으로도 축복이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욕심을 내나 하는 마음이 엉켜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난 예민한 사람이 맞다.

법 없이도 살 사람도 맞다.

그런데 솔직히 요즘은 내가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차면 얼마나 무서운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인류 역사상 현시대가 가장 인간들이 지혜롭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상태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맘에 안 들면 죽이면 그만이라는 무식함을 넘어선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혐오감을 넘어서 소름이 끼친다.

동물도 마음에 안 들면 죽여버리고, 인간도 마음에 안 들면 죽여 버리고, 세상에 남김없이 죽여 버려서 본인이 얻는 것이 무엇일까.

'마음에 드는 사람과 마음에 드는 것만 두면 그만' 이런 무식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시대다.

그 말 즉슨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던 내가, 혐오감이 극에 차 오르면 무섭도록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될 까봐 겁이 난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왜, 그들은 피해를 줘야만 살 수 있다고 믿는가.

나는 왜 그들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가.

이런 글을 읽고 그들은 이런 말을 하겠지.

"그럼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그만이지"

맞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그런 혐오스러운 인간들 때문인지 모든 것이 의미 없이 느껴진다.

무기력함, 단순히 번아웃일까?

나는 왜 여전히 세상이 지금보다 더 온화하고 따뜻해 질거라 기대하고 있었을까.

비난하고 폭언하는 것이 습관인 사람들이 내 채널을 구독한다.

그럼에도 고마워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마워해야 해서일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 져서 벌써 보름 째 봉사 활동하는 시간과 일 하는 시간을 제외 한 모든 시간 동안 나를 방치하고 있다.


자기 계발이고 뭐고, 꿈이고 뭐고, 돈이고 뭐고.

돌 던지고 욕하고 비난하고 앞에선 웃으면서 뒤에선 없는 말 지어내고 내 아이디어 훔쳐 가면서도 떳떳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왜 웃어야 하는가 이런 마음..

연제 글도 쓰지 않고, 오랜만에 6~7년 전 내가 쓴 글을 하나씩 읽어 보다 이 글을 발견하니 더 착잡하다.


집도 절도 없이 그저 떠돌다 저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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