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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ul 여진 Jun 29. 2024

내 취향을 찾았다.

     운동하다가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내 발차기가 이렇게 세는구나 새삼 놀랐다. 10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주먹을 쥐면 통증이 살짝 느껴진다.

다친 덕분에 글에서 손을 놓았다. 어쩌면 글을 쉬게 된 것이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맞는구나 느끼게 해 준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연제글을 쓰니 압박감이 생겼었다. 그 누구도 압박하지 않지만 인프제라 스스로 압박하는 게 타고난 재능이라 남에게 보다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피곤하게 사는 유형)

그럼에도 요즘엔 인프제인 척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단다. 유튜브에서 다룰 정도로 많나? 싶었는데 정말 모 프로그램에서 어떤 유명인이 인프제라고 당당하게 말했는데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다. 인프제가 멋있어 보인단다. 정작 인프제들은 멋있기는커녕 괴로운데 별게 다 멋있어 보인다 싶었다.


    책이란 것도 그런 듯하다. 왠지 읽고 있으면 멋있어 보이고, 그래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더 지적이고 대화가 잘 통할 것 같고 그런. 나 역시 어쩌면 그런 '착각' 속에 사느라 알게 모르게 객관식 답처럼 편견을 가진 채로 사람들을 봐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 역시 책을 많이 읽는 게 더 중요하다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떨 땐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는 동안에 오히려 피로감을 느낀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문뜩 올해 3월, 완독이 목표가 아닌 '이해'에 목표를 두고 책을 읽고 싶어 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책을 '이해'하자에 목표를 두었더니 완독이 더 쉬워졌다.

     

   3월 9일 완독, 4월 24일 완독, 5월 3일 완독, 6월 29일 완독.

나는 책을 읽을 때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그냥 그날그날 끌리는 책을 골라서 읽는다. 그럼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종종 책을 읽는 순간에 피로감을 느끼곤 했는데 영상 촬영을 위해 발음과 톤에 신경 쓰느라 소리 내어 읽었더니 집중력이 오히려 더 흐려졌다. 링컨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원래 크게 소리 내어 읽는 게 습관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읽는 것이 편했을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선 발음에 도움이 되긴 했으나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 내어 읽다가 조용히 읽다가 번갈아 가면서 읽곤 했는데 올해 3월 우연히 '이해'에 목적을 두고 읽었더니 더 자주 책에 손이 갔다.

완독 4권이라 해서 딱 4권만 읽은 게 아니라, 원래 그날그날 끌리는 책을 조금씩 읽는 게 내 취향이라서 권수로 따지면 많지만 올해 상반기에 완독 한 책이 4권인 거다.



잘 안 쓰는 타로 카드를 책갈피로 쓰고 있다.


   '이해'에 목적을 두고 책을 읽은 덕에 얻은 것도 있다. 바로 내 취향을 찾았다는 거다. 스케줄과 관련한 취향인데, 앞서 말했듯 나는 인프제다.

인프제들은 알겠지만 목표와 계획을 많이 세운다. 물론 그중에 50% 밖에 달성하지 못하지만 모든 유형 중 가장 많은 계획을 세우는 유형이고, 그래서 스스로 스트레스받는 삶을 살게 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J와 P를 같이 사용하는 유형이기도 해서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이성적이기도 하다. 뭔 말인가 싶겠지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성향을 가진 게 인프제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원인도 이성과 감정이 갈등을 만들기 때문이고, 목표를 재 설정하는 이유 역시 같다.


    허투루 살고 싶지 않은 유형이라서, 타인에게도 엄격한 편이지만 나 자신에게 가장 엄격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고, 후회하고 실망하고 반성한 후 다시 열심히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가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낙담하고 실망하고.. 무한 반복이다. 이렇게 복잡한 나에게 이번에 책에서 얻은 것이 나만의 취향이었고, 안 그래도 빡빡하게 각 잡고 틀에 갇혀 사는 나에겐 원씽에서 알려주는 포커싱 타임 스케줄이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조금은 나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분명 포커싱 타임 스케줄이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내가 아는 P 씨는 지나칠 정도로 스케줄 관리를 못해서 반드시 필요한 유형에 속하지만 겉핥기식으로만 책을 읽고 책 읽는 시늉을 하면서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사람인데, 나 역시 깜빡 속아서 한 때 직원으로 채용했다가 잃은 것도 많다.

그래도 다행인 건 속임수는 오래가지 않아 들키게 된다는 것이고, 보름 만에 들통난 탓에 그때부터 몇 번의 경고와 기회를 주고도 끝끝내 실망을 안기고 자신의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3개월 만에 퇴직했으니 내겐 어떤 면에선 이득이기도 했다.


    책 읽는 사람 중에도, 책 읽는 척하는 사람이 많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 중에도 완독에 목표를 둬서 읽은 권수는 많지만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관점이 바뀐 덕분에 나 역시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그 덕에 나를 박스 안에 가두지 않고 살짝 박스를 열어 세상을 좀 더 보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내가 말해주고 싶은 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나를 찾아야 한다는 거다. 저자가 살아온 습관과 환경을 반드시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저자의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해서 내 취향을 찾아야 진짜 책을 잘 읽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문법, 맞춤법, 어휘력 등 고쳐야 할 점이 많은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능력도 부족하고 종종 네이버를 통해 헷갈리는 걸 검색해서 써야 할 만큼 아직 글을 쓰기에 많이 부족한 사람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한 걸음씩 나아가보려는 노력 덕분에 이곳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걸 테니.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전할 정도의 힘은 있지 않을까.



"내 취향대로 책을 읽고, 내 취향에 맞는 스케줄 짜기." 요것이 오늘 핵심이라 이 말이지.


추가 조언! 내가 좀 게으르고 자주 나태해지고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일정 패턴 없이 일과를 보내서 자주 일정이 꼬이거나 약속을 잘 까먹는 사람이라면 필히 포커싱 타임 스케줄을 활용하세요!

포커싱 타임 스케줄이 뭔지 알고 싶다면 '원씽' 책을 읽으면 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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