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룹레슨으로 진행한 만큼 50% 할인을 해서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 시간을 더 쓰기로 하고 한 그룹으로 진행해야 할 수업을 두 그룹으로 나눴고, 이미 또 다른 그룹 레슨도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하루 총 세 번 3시간씩 나눠서 수업을 진행했고, 당연히 유튜브 영상 촬영도 해야 했기 때문에 거의 12시간을 쉬지 않고 말을 해야 했다.
거기다 그때 처음 본 사람이 자신의 카페를 이용해서 돈을 벌게 해 달라는 말에 '타로 연수'를 열어 숙소를 제공해서 수업을 진행했던 때라 30일 중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래서 더 그 그룹을 나누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가 나를 혹사시켜 가면서까지 그들의 편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나눠서 진행했고, 결국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목에 무리가 가서 성대 결절이 생긴 순간 쉬었어야 하는데, 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목이 아픈데도 30일을 진행한 결과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일 목이 갈라진다는 것.
물론 허스키해진 목소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나 역시 앵앵거리던 목소리보단 지금의 목소리가 좋지만 이전에 최화정 님 목소리와 말투 같다며 좋아하던 사람들도 있었기에 아쉬움도 있다.
내 목소리를 잃고, 30일을 마무리 지은 후 3일을 몸져누웠고, 언제나 그랬듯 그 이상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조금 나아졌다 싶은 순간부터 바로 또 일을 했다.
누군가는 배우자나 연인에게 의지해서 돈 벌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잔소리하고 화를 내더라도 부모덕에 일 하지 않고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나를 건사하지 않으면 건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래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처지라 맘 편히 쉬어 본 적이 거의 없다.
휴가를 빌미 삼아 경주 한옥 숙소를 잡더라도 마냥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촬영을 한다. 일을 해야 돈을 버니까.
서러운 삶 같지만 내겐 익숙한 삶이고, 이미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아야 할 팔자라는 걸 알았고, 오빠들도 일찍이부터 선을 긋고 나 몰라라 했으니 이젠 딱히 불행하단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늘 그랬듯, 살아야 하니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
다만, 그때 목소리를 잃기도 했지만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팠기에 다시는 나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거나 지나친 배려는 하지 않겠다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오늘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그때 잃었던 내 목소리가 귀한 곳에 쓰이게 되었으니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국립 국어원' 우리말을 널리 알리고, 순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곳에서, 내 영상을 듣고 세계인이 듣고 볼 수 있도록 일부 영상의 목소리를 음성과 텍스트로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사실 이 연락은 5월 30일에 왔었지만, 그 이후 깜깜무소식이라 뭔가 엎어졌나 했는데 영상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소정의 상품권을 주려 했으나 회계 문제로 인해 3.3%를 제하고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기 위한 회의를 거치느라 연락이 늦었다고 한다.
정말 소정의 금액이지만, 금액 따윈 상관없었다. 귀한 곳에 내 목소리와 표현이 쓰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감동이었고 영광이었으니까.
수많은 타로 채널들이 있고, 그만큼 또 수많은 타로 영상들이 있는데 내 채널의 영상 중 2개의 영상의 일부 내용을 쓰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내 채널 기준 조회수가 그리 많이 나오지도 않았던 영상의 인트로 내용을 채택했다.
18분 분량으로 인트로임에도 꽤 길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이 인트로 듣기 싫다고 난리를 쳐댔었는데 그렇게 싫다고 난리 치던 인트로 내용이 국립 국어원에선 국어 연구에 활용하기에 적합하고 대표적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 인트로 부분을 다시 들어 봤다.
그 당시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라 몰랐는데, 국립 국어원에서 사용하기 위해 왜 이 영상을 채택했을까 생각하며 들어보니 18분 동안 우리말을 참 많이도 썼다.
내가 듣다가 추려낸 것만 이 정도다. 평소에도 외래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18분 동안 이렇게나 우리말을 다양하게 썼다는 점이 나 역시 놀랐다.
목소리와 말투가 잘 어우러진 덕분이 아닐까. 요즘 글 쓸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고 9월까지 레슨 일정이 잡혀서 앞으로도 글 쓸 틈이 많지 않겠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기록하고 싶어서 부랴 부랴 일을 마무리하고 뜻깊은 이 순간을 남긴다. 바로 또 톡톡으로 상담 신청하신 분들 결과를 보내드려야 하지만 이 바쁨도 나를 찾는 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거니까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중요하게 깨달은 것은, 과거의 모든 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희생한 만큼 보답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계속 살아가는 한 과거에 뿌린 씨앗들이 열매를 맺는 순간을 맞이하는 시간이 반드시 올 테니 독자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꼭 기억했으면 한다. 나 역시 죽을 정도로 목이 아프고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고 희생 후에 떠난 이들뿐이라 통곡을 해야 했지만 이렇게나 귀하고 값지게 그 순간에 대한 보상이 주어졌으니. 단순히 이것뿐이랴. 내 삶 말하자면 참혹하다 못해 살고 싶지 않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인생이었으나 이리 살아 있으니 좋은 일이 하나 둘 계속 생겨나니 하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말을 씁시다. 영어는 잘 못 해도 나의 모국어인 우리말 잘 써서 이런 좋은 제안을 받으니 매 순간 우리말을 사랑한 나 자신이 너무 기특하다.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단어가 많은 우리말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