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듕한 내 재택
"회사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데,
내가 왜 회사를 지켜야 하지?"
제 친구 C의 회사는 서울 문정에 있었습니다.
역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으면 바로 사무실,
은행, 병원, 식당까지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하남으로 이사를 간다는 공지가 떴습니다.
"월세를 낼 바에야 사무실을 사자"는 대표님의 결정이었어요.
새 사무실은 미사강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이었어요.
사진만 보면 마치 리조트처럼 보였다고 해요.
하지만 직접 출근해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버스는 30분에 한대, 도착 예정은 믿을 수 없고,
배차 간격이 매일 들쭉날쭉해서 교통지옥이 열린 거예요.
회사는 이 불편을 모른 척하지 않고 2가지의 복지를 도입했습니다.
(1) 미사역 ↔ 사무실 셔틀버스 운영
(2) 금요일엔 전 직원 재택근무
'회사가 우리를 생각해 주는구나.'
고마운 마음에, 친구는 회사와의 '의리'를 지켰습니다.
출퇴근은 힘들어졌지만, 대표님의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사 한 달 뒤, 금리가 급등했고
회사의 자금 사정도 빠르게 나빠졌습니다.
이자 부담은 월세보다 더 커졌고,
수익은 줄어, 직원들이 하나둘 퇴사하더니
결국 친구의 팀엔 친구 한 명만 남게 되었죠.
그때부터 회사는 복지를 하나씩 걷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금요일에 집에서 일 안 하잖아~"
"이제 사람이 없으니까 셔틀 없애도 되지?"
재택근무 폐지.
셔틀버스 중단.
회사와 의리를 지키고 있던 직원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복지를 거둬들인 겁니다.
그 순간, 친구는 이렇게 느꼈다고 해요.
"회사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데, 내가 왜 회사를 지켜야 하지?"
결국 친구는 퇴사를 결심했고,
회사에선 "요즘 애들 의리가 없다"라며 손가락질했죠.
처음부터 복지가 없었다면 서운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는 복지 없이 이사만 간다면 직원들이 떠난다는 걸 알았기에
복지를 급조하여 '미끼'로 사용했던 거죠.
복지는 '미끼'가 아니라 직원이 회사를 믿을 수 있는 '근거'입니다.
좋은 복지란, 지켜질 때 의미가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면,
복지를 없애기 전에 직원과 먼저 대화하여
함께 버틸 방법을 찾는 것이
진짜 좋은 회사가 갖춰야 할 태도 아닐까요?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RachelBostw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