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만원치 게임기
앞으로 우리도 퇴근하고 회의실에 모여서 같이 게임합시다!
제가요? 대표님이랑요?
제 친구 B가 다니던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처럼 출근해 보니, 주말 동안 회의실에 있던 모니터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85인치 대형 TV가 떡하니 놓여 있더랍니다.
회의실이 얼마나 크냐고요? 2평도 안 되는 작은 방입니다.
심지어 구석엔 큼지막한 컴OO 로고가 박힌 박스들이 잔뜩 쌓여 있었어요.
회사에 새로 뭐 들어왔나 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는데
오후가 되자 대표님이 신이 나서 출근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박스들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어요.
플레이스테이션4, 닌텐도, 각종 게임기와 주변기기들...
카메라가 달려서 AR 카트 레이스가 가능한 장난감도 있고요.
대표님은 들뜬 표정으로 직원들에게 말씀하셨대요.
"요즘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를 보면,
사내에 탁구대도 있고, 게임도 같이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문화가 있어야 조직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앞으로 우리도 퇴근하고 여기 모여서 같이 게임합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는 물론 회사 직원들 모두 멍해졌다고 합니다.
직원 대부분이 게임을 즐기지 않는 40~50대,
심지어 퇴근 후 회사에 남아 게임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점심시간도 1시간뿐,
서로 업무 외엔 잘 알지도 못하는데
게임기가 들어왔다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진 않잖아요.
결국 300만 원은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회의실엔 커다란 TV만 덩그러니 남았고
아무도 안 쓰는 게임기 박스엔 먼지만 쌓이고 있답니다.
그리고 회의할 때마다 목 꺾이며 TV 위쪽을 바라봐야 한다는 부작용만 남았대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조직 문화는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게임기 보다 직원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어울릴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먼저예요.
딱딱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는
3000만 원짜리 놀이기구를 들여놔도 아무 의미 없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는 결국, 돈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Robin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