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없애면 수평 조직이 되나요?

# 우리 회사에는 하나님이 있다

by 하모예

제 친구 D가 다니던 회사에서

어느날 대표님이 퇴근 직전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10분만 얘기하자"던 회의에서

대표님은 뜻밖의 선언을 하셨어요.

이제부턴 직급 대신 서로 OO님으로 부릅시다.
팀장, 팀원 2단계만 남기고 모두 없애겠습니다.

서로를 '이름+님'으로 부르면

존중이 생겨서 수평적인 조직이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림2.png 출처 : ChatGPT 생성

그 자체는 그럴싸해 보였지만

문제는 그 회사의 문화가 전혀 수평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연차를 쓰려해도 사유를 밝히는 건 당연하고

직속 선임부터 팀장, 이사, 대표까지

모든 상사들의 결재를 받아야 했고요.


공기업 상대 회사라 공기업의 엄격한 직급 체계와

상명하복 문화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죠.


보통 대리(전임)로 승진하려면 최소 7년

실제로는 9년 가까이 걸렸구요.

그 전까지는 모두 사원(주임)으로 묶여있었어요.


실제론 대표, 이사, 팀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주임인거에요.

그런게 거기에 갑자기 OO님 호칭을 들이밀자,

불편함만 더해졌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서로를 OO님 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거기에 대표님, 이사님, 팀장님이 갑자기 끼어든거죠.


하지만 이전까지 "님"들이 하던 수평적인 소통에

어른 "님"들이 끼어들자 직원들이 느낀 건 더 커진 위계였어요.


괜히 이름 불렀다 혼날 것 같은 어색함,

존중이 아닌 또 다른 감시처럼 느껴지는 새로운 규칙.


직원들이 수평적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주는 순간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 직급이 낮다고 무시되지 않고,

성과가 정상적으로 인사고과에 반영될때에요.


진짜 수평적인 문화는 '룰'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돼요.

윗사람이 먼저 평등한 대우를 보여주고,

낮은 목소리도 같은 무게도 듣겠다는 태도가 필요하죠.


하지만 그런 태도가 먼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쭙잖은 '룰'만 도입한다면

오히려 직원들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약 직급을 없앰으로 인해서 회사가 수평적으로 되었다면

아래 질문에 바로 "Yes"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회사에서 의견을 내면,
누구나 같은 무게로 받아들여지나요?"

커버 이미지 출처 : Pixabay(Bob Dm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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