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공간_미루나무집에서 커피 한 잔

나누는 공간, 세대를 잇는 공간 만들기

by 나힐데

매일 아침 커피알 한 줌, 작은 핸드밀 그라인더에 넣고 오른손 왼손 번갈아가며 돌린다. 너무 잘지도 굵지도 않게 간 커피가 거름종이를 통해 짙은 갈색이 되어 흘러내린다. 그러고 보니 커피색이 참 우직하니 중후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커피 원두맛을 풍미하기에는 인스턴트로도 충분하던 터라 직접 그라인더 하던 것을 한참 쉬고 쉽게 타 마시는 게 습관이 되었었다. 언젠가 그니가 잘 사용하지 않은 왼손 운동을 유도하기 좋을 거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작은 핸드밀 그라인더를 보이지 않은 곳에 쑤셔 넣고 잊었다. 어쩌면 그에 대한 반항이었을지 모른다. 이유는 내면에 숨기고 그 노년의 삶이 마냥 싫다는 것으로 단정하며.


조기 은퇴 후 생의 2막 살이를 준비하며 유유자적하고 있는 지금, 커피알이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직접 간 커피는 매일 아침 시간의 여유이다. 무취 혹은 바람결이 데리고 온 퇴비 냄새가 섞인 시골 삶, 여유이다 못해 가라앉은 듯한 눅눅한 냄새를 고소한 커피 향으로 바꿔주고 있다.


근래 집 안의 냄새를 바꾸기 위한 디퓨져 제품을 고르던 중 섬광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커피 향이었다. 커피숍은 아니지만 집 안에서 커피숍 같은 향내를 낸다면? 종일이 아니더라도 잠깐 모닝커피만으로도 오전은 커피숍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아침을 열며 커피 한 잔 내려서 부엌코너의 음식냄새를 커피 향으로 대체하고, 또 다른 한 잔은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전 햇살 아지랑이 손님맞이!


잊힌 혹은 잃어버린 내 유년의 시골에선 이른 아침 수저젓가락 한 벌 더 올려 멀리서 온 타지인에게 한 끼, 한 상에서 밥 먹여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그 향내 나는 풍습, 모닝커피라도 좋으니 오가다 발길 머무는 미루나무집에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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