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작했던 취미 아홉_한자 쓰기, 마음 다스리는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된다.

by 나힐데

한자 쓰기의 유용성이라 함은

한자 쓰기의 유용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라며 고리타분해하거나, 그보다 한글에 대한 가치로 반격하기도 한다. 내가 주창하는 한자 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한글 폄하가 아니다. 한글 그 가치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우리말에 대한 자긍심 또한 두 번째라면 서운하다. 우리말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그 말을 가장 잘 표현해 내는 것이 한글이다. 다만 나의 지적허영심 해소를 위했던 한자 쓰기가 필자에게 미친 영향을 바탕으로 그 유용성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어찌하였든 한글을 사용하기 전 한자에 의해 쓰인 우리 땅, 선인의 지식에 대한 가치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자를 알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부분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내가 한자를 전문적으로 배웠냐 그도 아니며, 지난 나의 시간 속에서 한자에 대한 사회 제도적 변화에 대한 나만의 대응방식으로 고수했던 한자 쓰기가 나에게 미친 영향을 말하고자 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된다.

80년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엔 정규과목에 한문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면서 비로소 한문을 배웠는데, 그도 2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런데 3학년이 되자 그도 과목에서 빠졌다. 하지만 특이한 학생이었던 나는 쉬는 시간이면 혼자서 한자를 쓰곤 했다. 결국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시험에 나오는 것 위주로 공부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고나 할까?. 그러한 고집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노숙했다고나 할까? 말 수도 적었고, 함께 하는 친구들보다 한 학년 늦게 시작 했던 터라 자연스러웠다 적어도 나에겐. 아! 한자 쓰기도 그렇지만 교복 자율화도 그때부터였다. 하지만 사복을 사줄 형편이 안되어 ‘김 o’이라는 학생과 둘만이 졸업 때까지 교복을 입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렇게 쉬는 시간에 한자 쓰기는 고등학교 들어가서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혼자만 썼던 한자는 공무원에 임용되고서 실력 발휘에 한몫을 했다. 당시에 호적과 제적 그리고 주민등록 등초본이 모두 한자로 기록되어 있었으며 전산화되기 전 수기(손으로 써서 기록)였던 때라 색인을 통해 모든 자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해서 또래에 비해 흘려 써서 알아볼 수 없었던 구 문서도 추정을 통해 해석하고 자료를 보다 쉽게 찾아 민원처리를 빨리 할 수 있었다는. 그런 혼자만의 한자 쓰기는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었다.


한자 쓰기는 마음 다스리는 도구

또 민원을 상대하다 보면 말도 안 되는(응대 미숙도 포함되지만) 민원으로 속이 시끄러울 땐 아무 생각 없이 획순 따라 그날그날 주어진 사자성어를 쓰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시작으로 ‘클래식 음악 듣기’만큼의 안정이 취해지기도 했다. ‘일은 안 하고, 팔자 좋게…’라고 말하는 선후배, 민원인도 있겠으나 공직이라는 것이 공장의 생산라인 콤바인처럼 계속 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한자 쓰기는 충분히 나 자신만의 마음 다스리는 방법이 될 수 있었다. 매일 이면지 한 장을 책상에 붙여 놓고 그날의 한자성어 또는 매번 헷갈리는 한자를 쓰기도 하고, 낙서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떤 날에는 엉킨 생각의 실타래가 풀리기도 하고 사색의 시간 속에서 진상민원에 대해서는 응대 미숙한 자신을 발견하며 다음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상급자나 동료 간의 갈등에 있어서도 먼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시간도 되었다.


‘아! 옛날이여!‘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한자 쓰기로 최고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아마도 요즘 공무원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은 기관장 주제하에 매주 전 직원회의를 했는데, 지난 한 주에 대한 경과와 시작하는 한 주의 업무보고 시간이었지만, 자신만의 경쟁력에 대한 나눔 시간에 ‘한자 쓰기’를 말했더니 그날부터 전 직원이 매일 A4용지 한 장씩 한자 쓰기를 하도록 지시가 되었다. 그때 몇몇 직원은 그것까지도 바쁘다는 이유로 공익요원을 시키기도 했지만,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자 쓰기는 한 개인의 취미가 아닌 최소한 갖추어야 할 소양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되었다. 부시장 보고에서 한 모 팀장이 한자로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몰라서 쩔쩔매는 것을 본 멘붕이 된 부시장은 ‘ㅇㅇ공무원 경쟁력 제고’라는 명목으로 전 직원 한자 배우기는 물론 한자 급수 자격을 따도록 지시했다. 나와 함께 했던 직원들은 쉽게 자격증 취득을 했지만 어떤 직원한테는 생소한 분야의 도전이 지시사항으로 이뤄졌고, 부서별 자격증 취득률은 부서장 평가에까지 반영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하고 싶다고요?

한자 쓰기가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는 영어 조기교육 붐이 시작되었을 무렵 아이들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 우리말을 잘 이해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자어가 많은 우리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쓰고 알기가 기본이었고, 다독과 함께 많은 어휘양은 자신의 생각을 더 풍부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생각에 다 달았다. 역으로 영어 단어로만으로는 영어공부가 끝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줄기차게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는 교육법을 강요? 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학교성적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한자가 파생하는 다양한 분야의 접근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한문 문화권으로 한자를 배우면 일본어 중국어등 아시아권의 나라를 대상으로 제2외국어 배우기를 통해 뇌를 말랑말랑게 할 수 있는 접근이 쉬워진다. 특히 일본어는 어순도 우리말과 같아 접근이 더 쉬울 수 있고(고급 언어일수록 더 어렵기는 하지만), 중국어의 경우 4성으로 시작은 어렵다 하더라도 중고급으로 갈수록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취업이나 전문분야의 공부를 위함이면 모를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전혀 다른 언어로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취미라면 한자를 시작으로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접근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된다.


특히 한자는 시서화의 ‘서, 서예‘로 동양문화의 원류의 하나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서예 붓을 잡고 전서체를 익히기도 했다. 능숙함이란 어느 붓을 잡더라도 일필휘지가 되어야 하는데 매번 붓을 잡을 때마다 늘 새롭고 가슴이 뛰는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매일의 연습을 그만두지 않는다. 하다 보면 익혀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이렇듯 무언가 하나의 시작은 그것을 바탕으로 한 파생력으로 더 다양한 다른 것에 접근이 쉬워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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