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것’이라야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
30여 년 전 수영하는 것은 자체가 우월했다고나 할까?
수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것이 30여 년 전이니 수영이 대중화라기에는 이른 감이 있었다. 올해가 세월호 참사 11주년,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영은 생존의 필수항목이 되었으니 말이다. 첫째가 5살이었고, 둘째는 예정일보다 1달이 늦어 11개월 만에 출산했다. 당시 출산휴가가 2개월이었으니 달포의 산고도 산고지만 부기가 채 빠지지 않아 출근할 즈음엔 출근복이 맞는 게 없었다. 급한 마음에 새벽 수영을 다니기로 결정, 갓난아이는 두고 5살인 큰 아이만 데리고 새벽 수영을 시작했다.
살 빼기를 목표로 시작한 수영
생각해 보니, 당시 목포시에는 그러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시 규모에 비해 그러한 기반이 잘 되어 있는 편이기는 했던 것 같다. 행정기관의 시설 이전에 민간 주도의 문화시설이 더 충만했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자유경제 시장에 있어 민간이 주도한 영역이 다양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평준화는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있어 관주도의 영역이 그만큼 확장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찌하였든 나의 수영은 살 빼기를 목표로 시작했는데 어깨가 넓은 나에게 수영을 하겠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일 수 있었다.
‘자신만의 것’이라야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
발차기부터 스틱 잡고 물에 뜨기, 처음 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무엇이든 남들보다는 쉽게 배우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사실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들 보기에 빨리하게 보이는 것의 이면에는 부단히 노력하는 나 자신이 있으니 말이다. 함께 배우는 사람들과 강사가 알려 주는 대로 해서는 알에서 깨어 날 수 없었다. 내면의 욕구를 충족할 어떤 것은 항상 ‘자신만의 것’이었을 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수영에서도
저 건너편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하며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을 알기 위해 모든 촉각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내가 물에 뜨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지 내 몸 자체가 뜨는 느낌, 그 ’ 느낌‘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잠을 자다가도 ‘음, 파’ 하면서 이불 위로 손은 허우적 댔다.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 수시로 물속에 있다 생각하며 호흡했다. 결국 나에게 내린 조치는 무릎을 팔로 꼭 껴안고 몸을 웅크리고 수영장 바닥에서 버티는 것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수영장 바닥에 앉기부터 시작해서 몸이 물 위로 뜨면서 등짝이 수면에 닿은 느낌, 그 ‘느낌’을 알게 되자 물속에서 조금은 자유해졌다.
수영 배우기 1년이면 즐기고 놀 수 있다.
그렇지만 욕심이 발동하면 다시 가라앉는 몸뚱이,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끊임없이 내려놓기를 해야만 어느 지점에선 아무렇지 않은 상태, 상관없게 된다, 몸이 물 위에 떠 있을 때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자유형을 시작으로 평영, 배영까지는 약 1년이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접영에 접어들었을 때, 문제는 허리디스크였다. 물속에서 세 번째 올라치면 통증이 심해져서 넘지 못하는 산이 되었다. 비록 접영으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한 번에 갔다 올 수는 없어도 즐길 수 있으니 그것까지 취미가 갖는 가치는 다 했다 싶다. 그렇다고 시작한 수영이 처음의 목적인 다이어트는 성공했냐? 아니라는 것이다. 시작 후 첫 달은 몸무게다 더 올랐다가, 2~3개월이 지나자 조금의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 몸무게엔 상관없이 옷 입었을 때 느끼는 가벼움 정도?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수영은 성취감은 물론 물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만이 아니라 물속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의 기반이 되었다.
해외여행에서 에피소드
세 자매가 아이들을 데리고 세부여행을 했더랬다. 리조트, 호텔은 수영장이 구비되어 있고 해안가와 연결되어 물놀이는 기본이다. 지인이 두마케티에 살고 있어 깊은 산림의 지각 변동으로 생긴 커다란 호수로 놀러 가게 되었다. 물론 호수는 계곡의 상류를 이루고 계곡마다 웅덩이라고 하지만 성인 키보다 더 깊어 수영 못하는 사람에게는 죽음일 수 있었다. 시멘트로 테두리가 둘러진 웅덩이는 안전해 보였다. 그렇지만 자연이 준 그대로 만들어 놓은 웅덩이 한쪽 깊이는 달랐다. 성인 키를 웃돌지는 않았지만 깊이를 재지 못했던지라 미끄러진 웅덩이 깊이의 체감은 훨씬 깊다는 것이다. 그쪽으로 살금살금 들어간 언니는 미끄러지면서 무방비 상태에서 허우적댔었고, 조금 멀리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감지 못한 다른 가족들은 그저 즐거운 담화를 나누며 언니가 장난친 줄만 알고 있었단다. 멀리 있다가 이 상황을 목격한 나는 허우적 대던 언니의 뒷목덜미를 잡아채서 웅덩이에서 끌어올렸다. 정신을 차린 언니는 물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던 가족들이 한없이 야속하기만 했다던 당시 상황을 말했다. 그 결과 남은 여행기간 언니는 내내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귀국 후 언니와 동생은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에 수영은 1석2조.
무엇보다 다른 운동처럼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은 수영은 수영장이 있는 곳이면 작심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수영장을 다니는 동호인들과 함께 하면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도 꽤 괜찮다. 만약 자신이 살고 있는 가까이 수영장이 있다면, 수영복과 수모 그리고 수경을 준비하여 수영장을 방문하면 된다. 목욕탕을 제외한 물이 처음이라면 몇 달 수강은 기본이고 수영장에 구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배워가면 된다. 최근 기후 변화에 따라 37~40도를 상회하는 날씨를 보면 수영장에 노는 것은 1석2조가 된다. 만약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수영이라면 이런 날씨를 핑계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