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르 클레지오]
황금물고기의 라일라가 주인 몰래 따 먹은 포도알맹이 수만큼 주인여자에게 혁대로 맞은 순간 나의 포도가, 그간 나를 올가 메고 있던 포도넝쿨이 일시에 일어났다. 어제저녁 찾아온 감기기운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은 아직까지 어루만져지지 않았고 자신에게 금기였던 오랜 저편의 기억 때문이란 것을 감기약 목구멍에 털어 넣고 알았다.
그 집은 왼편에 우물이 있었고 우물 옆에는 살구나무가 있었다. 살구나무 위로 올라탄 두 그루의 포도나무 넝쿨이 집 치양에 넓게 그물처럼 처져 있어서 알알이 맺힌 포도송이는 식감을 자극하기에는 물론 배고픈 나에게 먹고 싶은 것보다는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그것이었다.
익은 포도는 모두가 볼 수 있어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 포도잎으로 가려진 포도는 용케 내 눈에만 띄었고 완전히 익을 때까지 그 누구도 감지를 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그 포도의 행방을 주시하다 하교하자마자 돌아와 그 포도를 따서 씹지도 않고 포도알을 허겁지겁 삼키기 시작하였는데 그 시간이면 아무도 없어야 할 집에 어른이 계셨다.
그날 저녁, 밥 먹여 주었더니 은혜도 모르고 도둑질하는 고약한 버릇을 단단히 잡겠다고 이제 겨우 국민학교 4학년였던 나를 우물 위로 뻗은 살구나무 가지에 거꾸로 매달았다. 캄캄한 밤에 언제 우물로 떨어질지 모를 두려움과 어둠의 시간, 그 어둠의 시간과 죽을힘을 다해 친해지자 하늘의 별들이 밝게 비춰줬고, 풀벌레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들과 노래하며 더 이상 이 세상에 머물러 있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장이 서는 날 봇짐 지고 데리러 온다던 엄마가 울까 봐 그게 더 마음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