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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힐데 Jan 20. 2023

에어컨 게이트

한 번의 저항은 또 저항을 낳는다

(#돈키호테는_아무나_하나 이어) 언제나 선택은 있었다. 아! 이놈의 데자뷔…모든 이야기는 전에 있었던 이야기들의 반복이었고, 지금 내가 남기려고 하는 스토리도 언젠가 있었던 이야기인 듯. 여기서 이제야 알겠다. 한 번의 저항은 또 저항을 낳는다는 것을, 만약 저항이 아닌 수용이었다면 아마 나는 일사천리로 일이 잘 풀렸을 텐 데라고 라면을 한 번 더 먹어 본다.


그냥 눈 한 번 찔금 감으면 되는, 그 거부할 수 없는 듯 하지만 무슨 자신감으로 바위를 향해 스스로 계란이 되는가 말이다. 나라를 구하는 독립운동이나, 신들을 기만한 시지프스 정도면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렇지만 마음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놈의 성깔이라고!



“모든 건에 대해 결제 진행이 되지 않아요!”

“왜에?”

“모르겠어요!”

“어제까진 잘 되었잖아?”

“넵!”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계약팀장인데, 모든 계약은 계약팀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견적서를 미리 받았더라고요? 비교견적까지? 이거 월권인 거 알지요?”

“네??? 저흰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하던 방식대로 했던 건데요?, 뭔가 규정 바뀌었나요? 알았어요, 그럼 업체를 알려주세요!”

업체가 가지고 온 견적은 예산의 두 배였다. 예산액을 알려주며 그 예산으로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업체는

“부족한 예산은 저희들이 알아서 할 테니, 그냥 견적서 받아 계약 의뢰만 하면 됩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이 정도는 이 설계내역으로 이 예산액이면 된다니까요!, 주신 견적서는 과용이에요!”

“아~ 순진하시네, 예산은 우리가 알아서 정리할 테니 이 견적 받아서 그냥 진행하시면 알아서 처리해 줍니다! “

그렇게 견적서를 놓고 업체는 사무실을 떴다. 그랬다. 지역경제의 카르텔, 혈연과 지연 그리고 학연이 만들어내는, 하다 못해 인사부서에 있는 팀과장이나 국장이 이용하는 식당은 자연스레 직원들의 발걸음이 잦고 이용하는 상가나 시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별도의 지역경제에 그룹핑이 되어 서로 동거동락하는 체제가 되었던 것이다.


”ㅇㅇ씨, 자긴 이 분야는 전문가잖어? 사실 내가 받은 견적은 식당 설치하는 것 보고 업체 소개받았거든, 예산하고 비교해 보니 충분해서 받은 견적이야, 우리는 사무실이니 식당보다는 용량이 클 필요도 없고…“

”누나, 누나가 견적을 잘 받은 거예요, 그렇게 받을 수 있는 것을 그렇게 받지 않아서 다른 업체가 이 지역에 들어오면 안 되니까, 작은 건이지만 사수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나마 누나 견적도 수용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솔직히 이 직에 있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해야 하는… 창피하죠!”


‘이건 뭐지?’와 동시 인사이동 바로 전 사무실 과다용량의 에어컨으로 한 여름에 두꺼운 겨울 파카를 입었어야 했음에 대해 이해가 되었다. 어쩌면 모두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지 모른다. 다만 나의 순진함인지 어리숙함인지 모르지만, 사회성이 없는 나에게 아직 흑백의 논리로만이 해석되는 것에 화가 났다.

바로 울리는 전화,

”네에~~ 시간 됩니다. 네에~~“

약속 장소는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가끔 점심특선으로 이용했던 곳이다.

”먼저 도착해서 다행이네, 내가 아는 동생도 오라고 했어, 알아 두면 좋을 거야, 출입기자 ㅇㅇ야“

”아~ 네에~~“

”지난번 소개해 준 에어컨 업체는 어때? “

”아~ 덕분에 견적 잘 받았어요. “

”계약은 했어? “

”아~ 진행 중이에요 “

”그래? 혹시 뭐 진행하다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말해 주소! 없는 힘이지만 힘써 봄세!”

“아~ 네에, 감사드려요”

그때 문이 열리면서 ㅇㅇ기자가 들어왔다, 통성명을 했다.

“동향 동생인데 굉장히 열정적이니까, 오가며 옆에서 잘 챙겨주소, 혹시 잘 알고 있는 팀장이나 과장들한테 어필도 해주고~”

“아이고, 당연히 형님 동생이 제 동생이기도 하지요, 무슨 부서에 있어요?”

“아~ ㅇㅇ 부선디요~”

“그럼 신생부서라 손이 많이 가겠는데?, 요즘 계약 관련 잡음이 들리던데… 우선 계약팀장한테 전화 한 통화해 둘께…, 아니다 바로 전화하지 뭐”

“아, 난데, 어, 그 말이야 ㅇㅇ 부서 새로 생겼잖아, 거기 담당 팀장이 내가 잘 아는 동생이야, 어~ 뭐든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도록 해주셔! 그리고 지난번 부탁했던 건은 어떻게 진행되는 거야?…“


다음날, 출근하자 모든 건이 결제가 되어 있었다. 물론 처음 견적대로. 불가근불가원(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마라), 일을 하면서 몇몇 대상을 두고 이리 말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던 그 파워에 놀라기도 했지만, 같은 조직에 있는 사람이 내부 조직원의 말보다 외부의 유지 입네 또는 정치권이나 언론인들의 개입에 그렇게 쉽게 ‘예스’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나는 속으로 분노했다. 그렇게들 똥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그 똥을 여기저기 묻히고들 있어 어디서든 똥냄새가 났다. 한 번 맡은 똥냄새의 비위는 저항에 대한 DNA를 키웠고 스스로 생각건대 단연코 이 조직에서 나는 함께 할 수 없음을… 차라리 그때 그 계약 팀장의 말에 온순하게 그렇게 해 왔던 대로 했더라면 덜 분노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돌아본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들이다. 내가 겪었던 이야기지만, 조직에서 반복되는 이야기들, 이후 후배나 후손들이 겪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 더 잘되는 그리하여 곧 가치기준이 되는, 그런데 인간의 또 어리석음은 아웃사이드에서는 같이 분노해 주지만 인사이드가 되는 순간 그 조직 안에서 누려야 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없다. 왜, 힘이 생겼으니까. 그리고는 또 같아진다. 그래서 또 같은 실패로 반복되고.


반복 속에서 그렇게 혼자를 다스리며 합류하지 못하는 그 기류의 난감함을 체감하면서 돌아서는데 낯익을 얼굴이 구석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한 때 PJ왕국의 수장이었던 CH장, 그는 하얀 얼굴에 왜소한 풍채로 어울리지 않는 돼지국밥을 먹고 있다가 자리가 없어 돌아서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한 때는 조직의 수장으로 많은 사람들을 이끌던 그가 혼자 앉아 돼지국밥을 먹는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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