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힐데 Mar 23. 2023

성매매집결지 폐쇄 반대집회에서

30여 년 전 구로 5 공단에서 청운의 꿈은

정, 반, 합. 내 사주로는 지금의 삶을 살 수 없다. 이해할 수 있는 답은 개운이다.


손이 잡혔다. 검은 상복을 입은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소리를 질렀다. “사진 지워주세요, 우리한테 허락받지 않았잖아요!”, 본인도 본인의 일을 했겠지만, 나도 내 일을 했을 뿐이다. 폰으로 찍은 사진을 지워달랬다. 두서넛이 소리를 지르며 공세 하는 그녀들이 무서워, 그 자리에서 지웠다. 그녀들의 얼굴이 자세히 나온 것도 아니고 그저 가두행열하는 풍경을 찍었을 뿐이다.


“저는 거리풍경을 찍었을 뿐이에요!”, “이게 어떻게 풍경이에요?”, “사람도 풍경이에요!”, 그리고 보여줬다, “이 사람들 중에는 찍어달라고 소리친 사람도 있었어요” 들어가는 목소리와 함께. 시행정의 일환이기도 했고, 무엇이든 기록하는 나의 현시성이기도 했다. 함께 있던 형사도 지우라고 권고했고… 초점을 맞춰 찍은 것은 아니었다. 과연 이게 지웠어야 하는가?


그녀가 내 팔목을 잡았고, 난 “지금 제 팔목을 잡았어요?!” 했더니 멈칫했다. 나는 형사에게 그녀에 대해 조사해 달랬다. 형사는 나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물었다. 그는 내 이름과 전번을 적었다. 오늘 파주시 로터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로 5 공단, 임금협상으로 초췌했다. 새벽녘 협상장을 나오자 야간근로자 몇몇은 모여 앉아 잡담을 하고 있었다. 모두는 열심히 잠을 미뤄내며, 본딩 하는 기계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명분이 생긴다. 그때 허무함이란, 그 뒤로 어느 개인과 단체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은 사적 영역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공과 사의 구분은 그렇게 형성되었다. 오늘 파주로터리에서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대해 반대집회를 하면서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저 저항의 노래는…? 30여 년 전 즈음의 내가 성매매폐쇄에 반대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오버랩되는 것은 무엇일까? 구로공단의 근로자, 일명 공순이였던 나, 성매매에 종사하는 직업여성, 성매매집결지 그리고 거기에 파생되어 밥 해 주고, 빨래해 주며 살아야 하는 종사자들이 먹고사는 생존권이라 함은…


점점이 이어질 생각은 해석자에게 맡기겠다.


#성매매는불법, #성매매집결지_폐쇄_반대집회, #슬픈현실, #슬퍼해야할현실

매거진의 이전글 매듭은 풀라고 있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