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면서 내가 방학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적었다. 솔직히 가장 시급한 것은 엉망이 되어버린 내 집 살림살이를 장리 하는 것이다. 나는 청소를 싫어하고 정리정돈을 잘 못한다. 그러다 보니 집안 꼴이... 주말이면 남편이 와서 대청소를 하고 가지만 묵혀둔 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방학이 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겨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정리에 들어간다. 아직은 옷장과 가방정리까지밖에 하지 못했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묵은 때를 닦아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냉동실에는 언제 넣어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음식들이 가득하고 김치냉장고에는 성에가 생겼는데 청소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집안일이 하기 싫다. 본디 게으른 성격이 아니어서(지금은 게으른 것 같다.) 일을 미루지 않는다. 일을 겁내지도 않는다. 이 일에 집안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직장을 다니면서 가정 일까지 잘 해내는 동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시간을 되돌려보니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변했다.
옷장을 정리하며 생각한 것이 있다. 나는 무엇을 사도 하나만 사는 법이 없다. 음식도, 옷도, 아이들 양말이며 속옷까지 넘치게 채운다. 어린 시절 없이 살아서 그런지 미리미리 사 쟁여놓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맥시멀리스트(maximalist)다. 몸이 불어 더 이상 입지 못하는 옷들을 보면서 살을 빼 꼭 다시 입겠다고 다짐하며 버리지 못했다. 그동안 나는 내 마음의 허전함을 물욕을 채움으로 달랬던 것 같다. 그래서 작은 결심을 하나 했다. 나를 치장하는 물건들을 사지 않기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 우울함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주변을 정갈히 하는데 집중해야겠다. 마음 밭에 가득했던 잡초를 뽑아내듯, 일상의 어수선함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미니멀리스트(minimalist)가 되어야겠다.
일단 냉장고 청소 먼저.
과연 나는 옷 세벌로 계절을 지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