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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과부 순자 씨

좋알람 1

by 정말빛

떠난 자의 시간은 멈추어 있지만 산 자들의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계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연의 섭리를 그를 수 없으니 말이다. 춘길 씨를 보내고 우리는 마음 한편에 작은 그의 방을 하나씩 각자의 모습으로 만들고 일상을 이어갔다. 그의 기일이 두 번 지났고 순자 씨는 환갑이 되었다.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제주도를 밟았고 우리 남매는 그녀의 지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들만의 잔치는 다시 시작되었다.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순자 씨는 자신의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으로 맞은 자식들을 위해 푸짐한 밥상과 안주를 마련했다. 밤이 되어 몸이 노곤할 만큼의 취기가 올랐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춘길 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게 봄밤을 즐기고 있었다.


순자 씨의 전화벨이 계속되어 울리고 그녀의 눈빛은 흔들렸다. 조용히 자리를 뜬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왠지 기분이 사나웠다.

"엄마, 누구야?"

"미영이 아줌마. 재미가 있냐고 계속 전화네."

"오시라고 해. 엄마 절친인데 같이 마시면 재밌잖아, 어차피 아줌마도 혼자 계실 거고."

"됐다. 머 하려고."


평소 같았다면 당장 전화를 걸어 자리에 참석하라고 했을 순자 씨인데 오늘만은 기어코 사양했다. 순자 씨가 자리를 뜨자 여동생이 조용히 말했다.

"엄마 연애하나?"

"무슨 소린데?"

"아니 들은 말이 있어서."

다른 식구들이 듣지 않게 조용한 곳으로 가자는 사인을 보냈다.


이야기는 이랬다. 읍내에서 빵집을 하는 제부의 친구가 있다. 집에 들를 때면 제부는 엄마를 위해 친구 가게에서 봉지 가득 빵을 사 온다. 그 친구 이야기가 엄마가 낯선 남자와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농약방을 운영하는 최 씨라고만 전했다.

"차 타고 간다고 다 연애하는 건 아닌데 요새 엄마 전화기가 좀 바쁘더라고. 카톡도 자주오 고 엄마가 자리를 피해서 전화받는 일도 잦아지고.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넌 얼굴 봤어?"

"아니, 안 그래도 최서방이 한 번 가보자고 해서 언제 날 잡아서 한 번 가보려고."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만약 나에게 딸이 있었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딸이 만나는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엄마 기분. 사람 됨됨이는 어떤지, 가족관계는 어찌 되는지, 집은 먹고살만한지.

걱정인지 호기심인지 알 수 없는 궁금증에 나는 그 날밤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백만 가지 상상을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누구인지 알아보자.

연휴의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오며 곧 시간을 내어 다시 찾아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궁금하다. 그 남자.


좋알람-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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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