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한 달짜리잖아요.
사랑을 다 주지 못한 반성
이번 안식년은 망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중간중간 정에 끌려 한 달씩 계약을 하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게 돼버렸다.
지난 3주간 출근한 학교에서는 많은 아쉬움과 반성이 남는다.
담임선생님의 교통사고로 아이들은 며칠간 담임선생님 없는 학급으로 지냈다. 그래서인지 나를 대할 때도 대면대연 했다. 반가운 내 마음과 상반된 태도에 나는 솔직히 좀 실망감이 들었다.
남학생들이 힘들었다.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수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생활지도 역시 마찬가지.
하루는 안 되겠다 싶어 학급 규칙을 다시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운데 앉은 민철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어차피 한 달짜리잖아요."
누가 뒤통수를 예고 없이 갈기는 기분이었다.
좋게 표현하고 싶지만 딱 그 느낌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그래, 한 달짜리가 뭘 할 수 있겠니. 선생님도 그럼 한 달짜리 마음으로 너희들을 대할게."
주변아이들 시선이 민철이를 향했고 몇몇 남자아이 들어 좋았다를 외쳤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분위기에 적잖이 놀라고 실망하고 솔직히 화도 났다.
그날 이후 몇몇 아이들을 방치했다.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이들의 행동은 더 과해졌다.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나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계약 만료일보다 먼저 사직서를 냈다. 담임선생님께서 일찍 복귀하시니 다행이었다. 몇몇 여학생들이 유난히 매달리고 뒤에서 끌어안았다.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간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어 아껴두었던 말을 꺼냈다.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짧은 인사만 남기고 이른 퇴근을 했다.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13살 어린아이의 말 한마디에. 내가 너무 치졸했던 건 아닐까? 내 사랑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알아챈 건 아닐까? 고민과 한숨이 계속되는 시간이다. 한 달짜리라는 말에 자격지심이 동했던 것 같다.
프로라면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했다.
좀 더 내공을 갈고 닦아야겠다.
단 하루라도 최선을 다하는 진짜 프로가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