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디아스포라의 틈 사이에 피어난 꽃

[프랑스] 나의 삶에 대한 에세이 기고 -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by 마담 리에

올해 2023년 2월 14일, 카톡 메시지를 한통 받았다. 나처럼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 살고 있는 분이었고 내가 쓴 글을 좋아하는 분에게서 온 메세지였다. “신인문학상 공모”라고 커다란 제목이 쓰여 있는 포스터를 찍은 사진과 함께 나에게 글쓰기 공모를 해보라고 제안을 했다. 우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으로부터의 깜짝 제안에 놀라움의 감정이 가장 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분에게 고마움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바쁜 일상 속에서 기억에 담아두기도 어려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나를 기억하고 내가 쓴 글을 기억해 주는 분이 있다는 사실은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서 예기치 못한 우물을 발견하는 기적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의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감정들을 내 머리를 관통해서 써 왔던 나의 글에 공감하고 나의 글을 좋아한다며 글쓰기 공모의 포스터를 보고 나라는 존재를 기억 해주고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여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보내준 그 분에게 무엇보다도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었다.



나에게 공모를 해보라는 소중한 그 분의 제안에 나를 비롯해서 내가 그 동안 써왔던 글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명백하고 간단한 객관적인 사실 중 하나는 나라는 여성은 한국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인의 남성을 만나서 7년 전에 결혼을 함으로써 현재 ‘국제결혼’ 생활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결혼을 함으로써 나의 뿌리를 가지고 태어난 고국인 한국을 떠나서 프랑스라는 타국에 둥지를 틀었다. 결혼을 하게 됨으로써 수반되는 타국으로의 이민의 생활은 마치 나의 삶이 나무를 옮겨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식물을 가꾸다보니 그 안에서 나무나 인간이나 비슷한 측면이 많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 종종 있다.



나무든지 사람이든지 원래 살던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힘든 일임은 명백하다. 나무를 옮겨심는 것과 인간의 삶, 두 과정 모두 환경 변화와 적응이 필요한 변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나무에 비해 큰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새로운 교육과 언어를 습득하고 뿌리를 내릴 시간이 있는 비교적 젊은 사람이 이민을 하는 것보다 중년에 이민을 가는 경우,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필두로 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고 뿌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히 훨씬 힘들다. 너무나 힘들어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들어 죽어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제까지 써왔던 글을 보면, 한국이라는 뿌리를 가진 한 여성으로써 마흔의 중년 나이에 내가 태어난 고국을 떠나서 이역만리 타국에서 나의 정착을 위해 뿌리를 내리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발생했던 문제들,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여러 경험들,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담은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써왔던 글은 한 마디로 내가 태어난 고국을 떠나서 타국에서 사는 한 사람으로써 전적으로 한국인의 사고방식도 아니고 프랑스인의 사고방식도 아닌, 그 어느 중간에 위치한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는 한 이방인으로 보는 관점에서 태어난 것들이었다. 이런 나의 글의 정체성은 ‘디아스포라’라는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었다.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는 ‘이산’ 또는 ‘분산’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Diaspora"에서 유래한다. 유대인의 강제 이주와 민족 분산에서 비롯된 그 기원에서처럼 디아스포라 문학은 삶의 터전과 공동체를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후손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오늘날의 디아스포라는 국제 이주의 다양한 형태를 포함하여, 민족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산인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디아스포라’라는 단어와의 만남으로 내가 프랑스에 살면서 써왔던 나의 글에 대해 고찰을 해봄으로써 나는 비로서 내가 이제까지 써왔던 글, 그리고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정체성의 깨닫게 되었다.



처음 신인문학상 공모전이 있을 2월 이 당시에 나의 상태는 그동안 바캉스도 없이 10개월간을 포마씨옹과 인턴실습과 졸업발표 심사 준비에 쉴 새 없이 달려온 나날들에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 동안의 망가진 체력을 회복하고 밀려 둔 집안일과 정원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프랑스의 일상 생활에 쉼표를 찍고 있는 듯한 날이었다. 글을 쓸 체력도 기력도 없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기회를 흘려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살아 있는 한, 글은 꼭 쓰고 싶었기에 마음의 한 구석에 '너머' 라는 디아스포라 웹진의 “신인문학상 공모”라는 말을 나의 기억에 저장을 해 두었다.



5개월 후, 나의 생일 7월 7일이 되었다. 나는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에서 글을 공모하라는 제의를 직접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당장에 이 제의에 오케이를 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써서 기고한 에세이가 마침내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에 실리게 되었다.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리고 고국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타국에서 오늘도 살고 있는 분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공감을 해 주고 따뜻한 응원을 해 주는 것에 나는 더이상 혼자서 외롭게 고립되어 살고 있는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섬 같은 존재는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에 솔직히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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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가 2023년 9월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에 기고한 에세이의 링크를 첨부한다. 읽고 나서 따뜻한 격려와 응원 한마디의 댓글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정신적인 힘이 되어 줄 것 같다.



에세이 제목 : 디아스포라의 틈 사이에 피어난 꽃

https://www.diasporabook.or.kr/M000463/S001/fw/bbs/board/00006/view.do?cate1=2&idx=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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