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9일, 뼈스캔 Scintigraphie
유방암 치료 경험을 통해 프랑스어에 관한 여러가지 공부를 많이 한다. 한국어로도 잘 알지 못하고 낯설은 용어인 scintigraphie(뼈 스캔 검사)가 무엇인지를 비롯하여 내가 현재 받고 있는 각종 검사 및 약물과 치료등을 프랑스어로 듣고 이해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이해를 더해가고 있다.
scintigraphie(뼈 스캔 검사)란 핵의학 검사의 하나로서 방사선 약제를 몸에 투여해서 몸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촬영해서 암이 뼈에 전이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라고 한다.
나의 인생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한 해 동안 이렇게 많은 검사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굉장히 멀리 떨어진 지구의 반대편 유럽 국가의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말이다. 한국어로도 생소한 암에 관련된 용어들을 읽어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프랑스어로 난생 처음 접하고 있다.
오늘 나는 14시에 radioactive injection(방사선 주사)을 맞고 16시에 scintigraphie(뼈 스캔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당일에 알 수 있었고, 검사 결과 이상 없다고 하자 남편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
2018년 11월 20일, 겨울의 시작
항암치료를 받기 이전에 병원에서 탈모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14일 이후부터 머리가 빠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을 하면서 동시에 모자가 125유로까지 지원이 되기 때문에 맘에 드는 것을 골라서 주문하라고 팸플릿을 주었다.
팸플릿을 열어 보니 몇 가지로 한정된 스타일의 모자들이 있다. 125유로 안팎으로 있던 모자 스타일들은 “저 암환자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전형적인 모자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그 스타일을 살짝 벗어나서 일상 생활에서도 쓸수 있을 법하고 따뜻해 보이는 캐시미어로 된 모자가 맘에 들었다. 그런데 지원금액의 125유로를 넘어섰다. 짠돌이 남편에게 물었다. 나의 머리가 다 빠지면 추울 것 같은데 캐시미어의 모자를 사줄 수 있겠냐고 말이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남편을 먼저 우선시하고 고려했다. 나는 항상 뒷전이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 대신에 항상 남편의 생각을 먼저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아프게 되니까 남편의 입장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는 생존 본능이 앞선다. 언어도 안통하고 심지어 아프기까지하는 이 와중에 내가 누군가를 생각할 1mm의 여유조차 없었다. 벼랑끝으로 내몰려 있는 내가 눈 앞에 어른거렸다. 조금은 이기적이 되고 싶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이 생을 마감하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우선 살고 보자.. 라고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결혼하고 나서 처음이었다. 남편은 모자를 제공하는 가게에 전화해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그 캐시미어의 모자와 더불어 지원받을 수 있던 125유로의 금액의 이내에 해당하는 모자 2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어제 병원에 갔을 때 가게에 들러서 모자를 받아 오려고 했다. 가게가 병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병원에 갔을 때, 가게는 문을 닫아서 오늘 남편은 가게에 다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그 모자를 집으로 우편 발송 해달라고 요청했다. 가게에서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의사 처방전, 아멜리에서 발급받은 Attestion à droit, 그리고 캐시미어의 모자에 해당하는 추가금액을 수표로 보내달라고 했다.
남편이 없었다면 이런 행정처리를 해낼 수 있었을까? 분명하게도 불가능했을거다. 심지어는 이런 혜택이 있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이번 암치료를 받으면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언어를 반드시 유창하게 구사해서 나에게 닥친 일은 내가 알아서 헤쳐나가야 겠다고 가슴으로 수만번 나는 다짐했다. 언제까지 내가 남편에게 내 평생 의지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 이런일이 다시한번 올지도 모른다. 만약에 그런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더 이상 남편에게만 의지하지는 않을것이라며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겼다.
나의 항암 치료가 끝날 무렵에는 아마도 따스한 봄날일 것이다. 일정에 의하면 3월 말까지는 최소한 진행 된다고 하는데… 그 때쯤이면 여기저기에 예쁜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 다가 오겠지… 이 기나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날이 오는 거겠지...
그리고 현재 나의 인생도 어쩌면 추운 겨울일지도 몰라.. 그리고 치료가 끝날 무렵 여기저기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며 만물이 생동하는 따스한 봄날이 오겠지… 이제 겨울이 시작이지만…봄은 꼭 올거야..
내 인생의 봄날은 다시 꼭 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