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후 탈모시작

by 마담 리에

2018년 11월 26일, 내 마음은 준비가 되었을까?


첫번째 항암치료하고 나서 13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새벽 3시 40분에 잠에서 깼다.


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1주일 가량은 너무 힘들어서 자꾸 잠을 자게 된다. 그런데 잠을 많이 자야 한다. 움직이고 싶고 운동을 하고 싶어도 피곤하고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기에 더군다나 혼자 걷는것이 힘들어서 조금이라도 잠을 더 자야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잠을 자지 않으면 너무 힘들어서 몸도 가누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난 뒤부터는 점차적으로 에너지도 돌아오기 시작하고 혼자서 산책도 갈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항암치료 받고 나서는 아침에 늦잠 자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잠을 많이 자야 하기에 깨어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 40분에 기상한다는 것은 너무 이른 시간이다. 그러나 다시 잠에 들 수 없었기에 늘상 하던 것처럼 뉴스를 들으며 커피 한잔을 들이켜 본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보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본다. 가볍게 한번 손가락으로 쓸었을 뿐인데, 손가락 사이로 40-50카닥의 한움큼의 머리카락이 걸려 있다. 그리하여 손가락으로 몇번 머리를 쓸어 보았다. 매번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 옥수수 수염처럼 속수무책으로 빠진다.


그렇구나. 오늘이 항암치료 받은지 13일째 되는 날이구나… 의사가 14일째부터 머리가 빠진다고 하더니.. 정말 딱 들어맞는구나… 몇일 정도 이렇게 머리가 빠지면 군데 군데 구멍이 생겨서 골룸이 된다고 하던데.. 오늘이라도 당장 쉐이빙을 혼자 집에서 해야 하나..? 아니면 앞으로 3-4일간 머리가 빠져서 골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쉐이빙을 해야 하나..? 머리가 빠지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10년 넘게 허리 정도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 동네 왔을 때도 프랑스 할머니들이 나더러 참 예쁜 머리카락을 가졌다며 칭찬을 해 주었었는데… 그렇게 기나긴 머리카락을 보며 내 친구들은 날더러 라푼젤 머리라고 했었는데… 이 머리카락은 내가 여자라는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였었는데...


암에 걸려서 항암치료를 받으면 탈모가 온다는 소리에 그 기나긴 머리카락을 바로 내 손으로 짧은 단발로 잘랐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집 구석구석에 빠져 있으면 청소하기 힘들까봐…. 그래서 손수 내 손으로 짧게 잘랐는데… 그런데 그 짧게 자른 단발 머리카락도 손가락으로 한번 쓸어보니 속수무책으로 빠져버린다. 뭉텅이로 빠져나오는 머리카락을 직접 눈으로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그러다가 이런 경험을 인생에서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흔하지 않은 경험이겠다 싶어서 일단 몇일 지켜 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디까지 머리카락이 빠지며 그 빠지는 머리카락에서 나의 감정은 어떻게 변화하고 어디까지 동요하고 무너지는지.. 과연 나는 속수무책으로 빠지는 머리카락 앞에서 나는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지켜보고 싶다.


바벨탑처럼 무너질 것인가?

르네상스처럼 부활할 것인가?




2018년 11월 26일, 쉐이빙, 동자승이 되다


저녁 8시가 되니.. 아침부터 속수무책으로 빠지는 머리카락이 이제 도를 지나쳐 참을 수 없이 두피가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괴로운 데 같이 사는 남편은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 두피가 너무 간지러워서 미칠것 같다는 나의 두피 변화 상황을 설명할 시간조차 없었다. 남편은 아무리 나를 이해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아픔을 남의 편인..남편이라 제대로 이해를 할 수도 없다고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많이 남편에게 욕심내서 바라지도 않았다. 본인이나 즐겁게 똑바로 살고 나에게 스트레스만 안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내가 너무 아파서 돌아버릴 지경에 있는데 본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 팔려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두피에서 마치 용암이 흘러나온 것처럼 두피 전체가 열로 빨갛게 부어 올랐다. 군데 군데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언덕'과 '구멍'이 번갈아 있다. 혹이 생기고 구멍이 생기고 두피 전체는 엄청나게 가려워서 마치 벌레들이 두피 전체에서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불에 빨갛게 달구어진 후라이팬에 벌레를 볶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두피는 후라이팬이고, 그 위에서 뜨거운 불에 참을 수 없이 벌레가 춤추고 있는 듯했다. 뜨거운 불에 후라이팬을 달구어서 벌레를 볶는데 그 벌레가 후라이팬의 뜨거운 열기에서 위에 스프링 점프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하여 아침에 다소 냉정하게 결심했던 탈모를 몇일 지켜보고 쉐이빙 해야 겠다는 결심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미칠듯한 용암이 솟구치는 활화산의 뜨거운 두피의 가려움으로 인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신이 돌아버리기 시작했다. 가위를 들고 내 머리를 군데군데 잘라버렸다. 그랬더니 드디어 두피가 숨통을 트이는 것 처럼 숨쉬기 시작했다. 그래서 쥐가 치즈를 파먹은 듯이 머리를 가위로 전체적으로 마구 잘라냈다. 드디어 두피가 시원해 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이 사용하는 바리깡을 들고 머리를 쉐이빙을 해 버렸다. 모두 깔끔하게 빡빡 밀어 버렸다. 거울을 보니 '동자승'이 보인다.


그동안 친구들이랑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남편이 동자승이 된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내일부터 스님들처럼 '명상'을 같이 하자고 한다. 머리가 모두 빠질 것이라는 것을 항암치료 받기 전부터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머리가 빠지는 날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거울을 통해 보는 나의 모습이 '동자승'으로 보이는 것이 너무 낯설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것 같다. 무의식중에 집 안에 있는 모든 거울 속에 보이는 나의 모습을 회피하기 시작한다.




2018년 11월 29일, 피검사 et 말할 수 없는 마음


다음주에 있을 제2차 항암치료를 위해 미리 피검사를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항암치료가 진행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다른 병원에서의 유방암을 가진 환자들은 어떻게 치료를 받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치료를 받은 이 병원에서는 항상 피검사로 먼저 진단을 시작한다.


프랑스의 병원에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이지만,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통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돌리프란’을 복용하라고 하고, 염증때문에 많이 아픈 것 같으면 ‘항생제’, 상처가 났다고 하면 ‘바세린’을 바르라고 하는 듯 싶다. 진짜 이 삼총사에 더해서 모든 이상 증상은 일단 피검사의 결과로부터 시작되는 듯 싶다.

그러므로 당연히 항암치료를 받을 때도 피검사를 요청을 받았다. ‘총 6차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원래는 항암치료 48시간 전에 받으라고 했다.


이번주 월요일에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서 쉐이빙을 했다. 동자승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보니 무의식적으로 집 안의 거울을 통해 날 보는 것을 피하게 된다. 머리를 밀고 났더니 집 안에서도 모자를 써야 하는 것이 편하지는 않다. 숨을 쉬어야 하는데 숨을 쉬지 못하고 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암 전용 모자가 아니라 일반 베넷을 착용했는데 이것이 짧은 머리카락에 걸려 있는 느낌으로 예민한 불덩이같은 두피에 좋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칼날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져서 샤워만 하고 나면 미치도록 간지러워서 유기농 전용 화장품을 바르기 위해 방으로 달려간다.


피검사를 받고 시댁에 갔다. 시어머니가 Melvita 유기농 전용 화장품과 샤워젤을 선물해 주셨다.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에게는 암에 걸렸다고 말도 못했는데, 시어머니가 선물해 준 걸로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와 한국의 거리가 정말 멀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10,000 km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서 잠도 못주무시고 걱정할까봐 엄마에게는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치료가 다 끝나고 머리도 자라기 시작하면 그때는 비로소 암치료를 그 동안 받았노라고 말할수 있겠지...




2018년 11월 30일, 남편도 쉐이빙


오늘은 남편도 날 따라서 머리를 밀었다. 의사가 항암치료를 하면 머리가 모두 빠질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남편은 본인도 나와 함께 머리를 밀어 버릴거라는 말을 했다. 농담일거라 생각했다.


같이 산책을 할 때도 손잡고 걸으면 운동이 안된다며 전혀 손도 잡아 주지 않고 늘상 저만치 앞에 가는 로맨틱하지 않은 남편이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의 말이 그 동안 참아 왔던 힘든 삶이 너무나 버거운 나머지 꽁꽁 얼어붙어버린 나의 마음을 한 순간에 녹인다.


그러나 키도 작고 눈도 작아서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 모습이 정말 동자승같은 나와는 다르게 눈도 크고 코도 크고 웃으면 입도 귀까지 걸치는 남편은 이목구비가 훤칠하고 뚜렷해서 머리를 빡빡 밀어버려도 그저 잘생긴 스님이 한 분 등장한 것 같다.


나의 머리는 두피가 약해져서인지 5밀리미터의 짧은 머리도 어찌나 그리 잘 빠지는지 이제 머리에 수십개의 민둥산의 구멍이 생겼다. 머리카락이 살짝 살짝 보이는 부분과 머리 카락이 군데 군데 빠져 버려서 여기 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듯한 나의 두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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