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안에 있는 멘탈

by 마담 리에

2019년 2월 26일, 항암치료 10 그리고 심장검사 3


2019년 2월 26일 화요일, 오늘은 항암치료뿐만 아니라 심장검사를 받아야 하는 날이다. 그러므로 오전 9시에 있는 심장 검사를 위해 첫번째 병원에 가야 하고 그 이후 바로 항암치료를 위해 두번째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침 7시에 집에서 출발해서 병원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암치료를 받는 동안 나도 모르게 생각이 긍정적인 시야로 바뀐 듯 싶다. 이것은 분명히 그 힘든 기나긴 시간과 인내심이 수반되어야 하는 치료이기에 생존의 본능이 스위치를 작동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참 힘든 싸움이다. 주변 사람들도 지치겠지만 가장 힘든 건 환자 본인이다. 프랑스어에 "Avoir le moral dans les chaussettes"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멘탈이 양말 속에 있다”라는 뜻이다. 신체부위를 보면 머리부터 시작해서 수직적으로 아래로 내려가면 “양말”은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다. 그러므로 사기가 아주 바닥을 치고 있다는 말이다. 치료를 받을 때 이 표현이 나의 상태를 대변해 주었다.


9시에 있을 심장 검사를 위해 첫번째 병원으로 향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심장이 작동이 잘 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검사하여 항암치료 담당 의사에게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심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강인한 심장은 힘든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하다.


다행히도 건강한 심장을 부모님께 물려받은 나로서는 항암치료를 잘 견디고 있다. 심장 검사 의사는 Très bien과 Tout va bien을 연달아 말하면서 안도감을 준다. 우리 동네에서는 본 적이 없는 친절한 유형의 여의사...


다음 검사는 6주 후라고 했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말하는 전화 공포증이 있는 나는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서 요청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그 자리에서 의사에게 다음 검사를 예약했다. 그리하여 다음 심장 검사는 항암치료가 끝나고 방사선 치료가 처음 있는 같은 날에 진행이 된다.


심장 검사가 끝나고 이제 항암치료를 받으러 두번째 병원으로 가야한다. 이번이 내가 받아야 하는 총 12회중에서 7번째로 받는 항암치료이다. 이렇게 일정을 기록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기억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것이 더 많다. 삼십대만 하더라도 젊을 때에는 뭔가 깜빡 잊으면 알츠하이머? 벌써 내가 ? 설마.. 하며 깔깔거리며 웃고 지나쳤던 것이 요즘은 잠시 몇 초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정말 내 머릿속에 블랙홀 구멍이 뚫린 듯 싶다.


항암치료 병원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다. 접수대에서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고 의사를 보고 그 동안의 상황과 심장 결과를 보고 했다. 피부가 점점 약해져서 생겼던 피부 트러블이 점차 가라앉고 있어서 특별하게 처방전 받지 않고 오늘의 면담은 끝났다. 다음 면담은 3주 후에 있고 그 때 방사선 치료 의사와 차후 치료 계획 일정을 듣게 된다.


의사와의 면담도 이렇게 끝이 났고 이제 두번째 접수대로 향했다. 필요한 두번째 서류를 요청했다. 오늘은 새로운 직원이 일처리를 했다. 아직 일에 적응이 안되었는지 신입 직원은 일처리가 느리고 질문이 너무 많았다. 서류를 받고 나니 이제 간호사가 도착해서 몸무게 변화가 있는지 등을 비롯해서 한 주동안 나에게 특별한 변화가 있었는지에 관한 여러가지 질문을 한다. 치료실에 들어서니 한눈에 봐도 평균 70~80대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요즘에 개인실 배정받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만큼 암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3시가 되니 점심이 나온다. 이번에도 샐러드, 과일, 비스컷트, badoit를 주문했다. 오늘은 실수 없이 나왔다. 내 옆에 앉아 있는 환자는 할아버지였는데 환자가 점심을 먹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보러 온 보호자인 할머니가 모두 점심을 드셨다.


나의 항암치료가 끝날 2시 30분에는 그렇게 많던 사람들도 치료가 끝나고 귀가하여 병원도 한가해졌다. 내가 분명히 2시간 전에 전화해서 2시 30분에 끝난다고 앰뷸런스 회사에 알려서 제 시간에 와달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앰뷸런스는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내가 집에 도착하면 일하는 남편이 퇴근해서 나보다 더 빨리 집에 도착해 있겠구나. 참으로 기다림으로 지치고 힘이 든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다.




2019년 3월 5일, 항암치료 11 : 나탈리와의 만남


2019년 3월 5일 화요일, 어느새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춘삼월이다. 첫번째 항암치료를 작년 11월에 받았는데 그로부터 어느새 4개월이 지났다. 항암치료와 함께 했던 지난 겨울은 나의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혹독했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제 받아야 할 항암치료도 1/3이 남았다.


오늘은 차선을 절대 양보하지 않은 장미쉘이 앰뷸런스로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본인이 가는 앞길에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는 없다라는 운전지침을 가지고 있는 듯한 장미쉘은 오늘도 변함없이 그가 주행하는 차선에 끼어들려고 하는 차량에 절대 양보하지 않고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


접수처로 향하자 나의 얼굴을 쳐다보고 접수처 직원은 이제 나의 이름도 외우고 있었다. 신분증을 보여 주지 않아도 바로 내가 필요한 서류를 바로 발급해주었다. 두번째 접수처에 가서도 불필요한 기다림 없이 바로 치료실로 안내 받았다. 오늘은 의사와의 면담도 없는 날이기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물 흐르듯이 빠르고 매끄럽게 진행이 되었다. 이 병원에 와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항암치료 해 주는 간호사도 일처리가 굉장히 빠른 사람이라서 숨쉬기도 전에 주사 찌르는 유형이었기에 오늘은 용액을 빨리 넣지 말고 조금 천천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내 몸에 콸콸 마구 용액을 들이대면 몸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듯한 느낌때문이었다.


점심도 먹고 치료 시간도 끝났다. 효율적인 치료과정으로 인해 일찍 마쳤는데 평소처럼 앰뷸런스를 또 한 시간 정도 기다리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데 병원 문을 열고 나서니 앰뷸런스 차량 옆에 짧은 숏커트의 갈색 머리를 한 자그마한 체구를 한 여성이 오늘은 나를 집으로 데려다 줄 거라고 했다. 그녀는 나탈리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드디어 보스를 만났다. 그녀는 앰뷸런스 3대 보스 중 한명이었다.


나탈리와의 대화는 굉장히 즐거웠다. 프랑스에 살면서 처음으로 프랑스인과의 대화가 즐거웠다. 시댁 식구들을 비롯해서 내 주변에 있는 프랑스인들은 본인 말 하는데 바빴다. 남의 말을 경청하여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탈리와의 대화는 나에게 굉장한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내가 기초 수준의 프랑스어로 내가 말을 해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맥락을 이해해 주는 그녀였다. 나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나의 눈 높이에서 나의 관심사를 들여다 보는 공감대가 높은 사람을 만났다. 나탈리는 마법처럼 나의 대화의 문을 저절로 열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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