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부작용

by 마담 리에

2019년 4월 7일, 코피와 알레르기 그리고 갈색손톱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은 누누이 들었기에 대머리가 될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나서 거울에 비춰진 나의 모습은 머리카락을 그냥 밀어버리는 것과는 달랐다. 그냥 밀어버리는 머리카락은 몇일만 지나면 까만 머리카락이 몽글몽글 잔디처럼 여기저기에서 솟아나지만 항암치료로 인해 빠진 나의 머리카락은 솟아나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새하얗게 보이는 두피에서 내 평생 머리카락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데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내가 현재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봤자 정신건강에 좋지 않기에 나는 거울에 비추는 대머리가 된 나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 했다.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몸에 있는 모든 털이 빠지는 것이었다. 겉눈썹, 속눈썹까지 빠져서 머리카락이 없고 눈썹이 모두 없어졌다. 이것은 건강에 관련된다기 보다는 미적인 측면에 관련된 것이니까 신체적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가하지 않기에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콧털이 모두 빠져버린 것이었다. 항암치료를 받다보니 부작용 중의 하나인 상피세포 손상의 원인으로 코피가 흐르게 되었는데, 코안이 건조하여 코피가 항상 안에 머물러 있었다. 콧털이 빠져서 없으니 콧물이 주르르 흐르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 없어서 코질질이가 된 나머지 코를 풀기만 해도 코피가 줄줄 쏟아져 내렸다. 코에 있는 모든 털이 빠지고 나니까 비로서 코에 털이 있어야 하는 존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 상태를 의사에게 말하니 Coalgan(코알강)과 바세린을 처방해 주었다. Coalgan(코알강)은 출혈(코, 피부, 구강 출혈, 천자 부위)을 멈추고 치유를 촉진하는 지혈 심지이다. Coalgan을 열어보니 솜 같은 것이 들어있다. 중간을 살짝 돌돌 말아서 코에 30분 끼워 놓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피가 멈추었다. 말 그대로 지혈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코피를 완전히 치료하지는 않지만 코피를 멈추게 하는데는 효과가 있었다. 이 솜 같은 것이 내가 잃어버린 콧털의 역할을 대신하는 듯 싶었다.


또 다른 항암 부작용에는 피부가 여전히 건조하고 알레르기로 예민하다는 것과 손톱이 여전히 반쪽은 약간 갈색으로 변색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면역력이 저하되어서 티끌만큼의 더러움에도 몸 전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체력도 약해지고 특히 모든 관절이 약해졌다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이러한 모든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제 항암치료도 끝났으니 이 모든 고통이 점차 수그러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5일 전에 마지막으로 항암치료가 끝났기에 이제 5개월만에 처음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니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소독 알콜 냄새가 가득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자연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파란 하늘, 녹색잎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가득한 숲 속의 공기를 맡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마냥 기분이 포근해진다. 이제 따스한 봄날이 되어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처럼 나의 머리카락도 이제 자라기 시작하면 좋겠다. 머리카락이 조금 있어도 시크한 여자들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욕심마저 살짝 생긴다.




2019년 4월 9일, 심장검사 4번째


의료쪽에서 일하는 남편과 살고 있기에 의도하지 않더라도 건강에 대한 설명을 자주 듣는다. 오늘은 내가 항암치료로 인해 심장의 이상 여부가 있는지 검사를 하는 날이다. 그러므로 남편은 심장과 암치료에 관련된 케이스를 이야기해주었다.


남편의 지인 중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었는데, 암종양 제거 수술은 받았지만 심장이 좋지 못해서 항암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수술이후 몇 개월 있다가 다른 부분으로 암이 전이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나니 그동안 나의 심장이 잘 작동이 되고 있음에 감사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건강할 때는 신체의 여러기관이 잘 작동이 되고 있음에 딱히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아프고 나서 보니 신체의 모든 기관들의 중요함을 지각하게 된다. 인체가 살아있도록 하는 데 핵심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심장이라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나의 항암치료가 잘 진행되기 위해서 튼튼한 심장이 잘 버텨주어야 한다는 것은 암이 걸리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이 나의 일이 되고 나서야 비로서 제대로 인지가 되기 시작한다.


심장전문의는 진찰하더니 나의 맥박은 굉장히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좋은 심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이 든다. 의사는 운동은 매일 하냐고 물어본다. 나는 하루에 최소 6km를 걷는다고 대답했다. 걸을 때 숨이 차냐고 물어봤다. 혼자 걸을 때는 그다지 빨리 걷지 않으니 숨을 헐떡거리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 순간 지난번에 남편과 해돋이를 보러 계속해서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숨이 몰아치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러나, 누구라도 스포츠맨인 남편의 속도에 맞추어 오르막길을 계속해서 올라간다면 힘들거라 생각한다.


지난 날을 돌아보니 작년 9월 암이 의심이 되어 검사를 진행하고, 그리고 암이 있다고 진단을 받고 나서 정신 차리기도 전에 수술이 진행이 되었고, 어떤 과정으로 진행 되는지 알기도 전에 항암치료가 시작이 되었다. 사실 정신적인 공황상태에서 깨어나기 전에 모든 치료가 진행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공황상태라는 것을 통탄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치료를 이겨 내는 데 바빴던 것 같다. 그래서 치료가 진행 됨에 따라서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정신 상태도 조금씩 조금씩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점차적으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암이라는 것이 “정신적인 고립감과 우울감과 상실감”에서 온다고 하는 보고서를 읽었다. 사는 것이 다 힘들겠지만, 그 나라 언어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서 사는 것 또한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슴에 담아두고 쌓아두고 그러던 것이 가슴에 응어리로 맺혀서 암덩어리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어나 일본어나 영어가 가능한 나라에서 살았으면 이렇게까지 응어리가 맺히지는 않았을건데, 내가 할 수 있는 3개의 언어 말고 왜 하필이면 우리 남편은 프랑스인이란 말인가? 어찌되었건간에 병원 덕분에 나의 생존 프랑스어는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내가 한국어를 말하는 빠르기 보다도 그들은 프랑스어를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말하기 때문에 내가 가끔은 '랩'을 배워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전 24화생존 프랑스어 et 프랑스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