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감추는 GMAT 실패 이야기"
첫 관문, GMAT
2024년 1월, 회사의 해외석사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조건은 2025년 상반기까지 희망하는 대학 MBA 프로그램의 합격 통보(Admission Letter)를 받아오는 것.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MBA 지원은 보통 3라운드에 걸쳐 선발된다.
1차는 10월 전후, 2차는 12~1월, 3차는 3월 이후(후반으로 갈수록 경쟁 치열).
즉, 나는 빠듯한 일정 안에 GMAT 혹은 GRE, 영어 점수(TOEFL/IELTS), 에세이, 추천서, 레쥬메를 모두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넘어야 할 벽은 악명 높은 GMAT이었다.
GMAT은 네이티브에게도 요구되는 시험으로, 단순한 영어 시험이 아니다.
Verbal과 Quant 두 영역으로 구성되며, 논리적 사고와 언어 감각을 동시에 요구한다.
응시료만 275달러(2025년 기준), 기회는 평생 5번뿐.
게다가 모든 응시자가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정답 여부에 따라 다음 문제가 달라지는 방식이었다.
몇 군데 학원을 알아보다 A 선생님의 수업을 수강했다.
2007년 수능 영어 모의고사 2~3등급, 토익 900점 초반이었기에 그렇게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GMAT은 차원이 달랐다.
Verbal은 특히 괴로웠다.
관사 하나, 문장의 구조 하나까지 디테일한 해석을 요구했고, 언어적 직관과 논리적 사고까지 필요했다.
영문 독서량과 문법적 기반이 부족했던 나로선 버거웠다.
게다가 선생님은 압박식 수업 스타일이었다.
수업 중 번역이나 작문을 시킬 때, 내 답변은 늘 형편없었고 “GMAT 시험을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는 쓴 소리를 들었다.
당시 나의 아이는 4살이었고, 아내가 99%는 독박육아를 했지만, 나도 육아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던 상황이었다.
퇴근 후 10시부터 자정까지,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하고 출근, 점심시간에도 공부를 하는 타이트한 생활.
주말엔 학원.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망신주기에 가까운 수업 방식은 동기부여가 아니라 불쾌감으로 다가왔다.
3개월째 성적도 제자리였기에 결국 학원을 옮기기로 했다.
GMAT으로 가장 유명한 학원 중 한 곳인 L학원으로 옮겼다. 첫 학원은 정교한 해석이 된다면 SC, CR, RC 전과목 모두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였기에 해석 위주의 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 한 분이 모든 과목을 가르쳤고, 두 번째 L학원의 경우는 과목별 선생님이 계셔서 해석과 함께 스킬적인 부분들을 많이 알려주셨다.
이전 학원을 다니고 3개월차에 첫번째 시험, L 학원으로 옮긴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두 번의 시험.
GMAT 공부시작 후 6개월 동안 총 세 번의 시험을 봤지만, 결과는 500점대 후반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그나마 한국인들이 강세인 Quant 덕분에 이 정도였지, Verbal 점수는 여전히 처참했다.
TOP MBA는커녕, 100위권 지원도 힘든 성적이었다.
7월 즈음, GMAT을 겪어본 매형의 추천으로 지인을 소개받았다.
그는 나처럼 고생하다 결국 점수를 올려 TOP MBA를 졸업하고, 지금은 미국회사에서 재직중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ZOOM으로 Verbal 과외를 받았다.
Quant 점수도 조금이라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유명 강사에게 도움을 받았다.
다행히 Quant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대로 올라 갈 수 있었다.
하지만 Verbal은 끝내 오르지 않았다.
8월, 9월 시험에서도 결과는 600점대 초반에 머물렀다.
인터넷 후기의 99%는 “점수 올리고 합격했다”는 해피엔딩뿐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나는 객관적으로 GMAT 시험에 실패했다.
돌이켜보면 실패 요인은 분명했다.
시작 당시 내 실력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부족했고,
조급함에 기초를 다시 다지기보다는 학원을 옮기며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현재 수준에 대한 냉정한 진단 없이는, 어떤 노력도 헛될 수 있다.
마지막 GMAT 기회가 남아 있었지만, 더는 붙잡을 수 없었다.
학교 수준을 낮추거나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원에 필수적인 IELTS로 넘어가기로 했다.
IELTS는 Reading, Listening, Speaking, Writing 네 영역으로 구성된다.
GMAT 경험 덕분에 Reading과 Listening은 수월했고 7.0 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Speaking과 Writing이 문제였다.
9월부터 시작해 총 다섯 번 시험을 봤다.
마지막 두 번은 12월에 연속 응시.
결국 4번째 시험에서 Overall 7.0을 받아냈다.
영어 기반이 탄탄한 사람들은 2~3개월 내에 쉽게 넘는 점수지만,
나처럼 스폰서십으로 도전하는 회사원들 중에는 10번 넘게 도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Reading과 Listening에서 점수를 최대한 끌어올려 겨우 7.0을 만들어냈다.
MBA 지원시 학교별 GMAT 점수에 대한 오피셜 미니멈 점수는 없지만, Class Profile을 통해 어느정도 점수여야 합격이 가능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600점 초반대로 인터뷰 오퍼를 받을 수 있는 학교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나는, 우연히 찾게된 전혀 다른 전략을 통해 'TOP MBA'에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공유하겠다.
✈️ 이 글은 ‘지방대생의 미국 TOP MBA 도전기’ 시리즈의 두 번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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