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3일 차 ~ 4일 차

2021년 3월 20일 (토) ~ 2021년 3월 21일 (일)

by 쓴이




자가격리 3일 차


어젯밤 카톡 알림음이 잠을 방해해 핸드폰 무음을 한 채로 잠에 드는 바람에 오전에 걸려온 전담 공무원님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전담 공무원님에게서 온 3통의 부재중 전화와 한 통의 문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었지만 문자가 온 지 20분 만에 자가진단도 하고 전담 공무원님과 연락도 했다. 공무원님은 여전히 친절하게 괜찮다고 해주셨다. 그렇게 오전 11시 되기 전 아침으로 빵을 먹고 2시 만인 오후 1시에 점심을 먹었다. 자가격리로 인한 외출과 행동에 제한이 생기는 바람에 하루가 엉망이다. 내 생활 루틴이 깨져버렸다. 바람 쐐며 운동은 물론, 아무리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공간인 집 안에서 혹 시모른 상황에 대비해 욕실에 갈 때마다 내 손길, 발길이 닿는 곳마다 소독을 하려니 번거로워 최대한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한순간에 게을러져 취침 시간, 기상 시간 전부 제각각이 되어서 방학 때와 비슷한 패턴이 되어가고 있다.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긴 사람들은 나뿐만 아니라 곳곳에 분포되어 있었다. 다들 공통적으로 깨어 있는 시간인 오후 3시부터 심심한 나와 친구들은 하나둘씩 카카오톡 라이브톡 혹은 구글 meet, 페이스북 메신저 영상통화를 사용해서 서로를 휴대폰 화면 너머로 만난다. 우리가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 중 유일하게 생기 있는 얼굴을 하는 시간이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 은 잘 보지 못하지만 서로의 두 눈과 떡진 머리, 또 코로나 때문에 여럿이서 산책을 하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가기도 꺼려져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의 반려동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뭐가 그렇게 웃기고 할 얘기가 많은지 그렇게 떠들다 보면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그래도 우린 굴하지 않고 밤이 될 때까지 영상통화를 한다. 엄청난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나와 친구들은 좋은 화질로 조금은 덜 심심한 자가격리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자가격리 4일 차


학교 다닐 때 기상시간에 맞춰서 설정해 놓은 알람을 실수로 해제하지 않아서 알람 소리를 듣고 6시 30분에 기상해 버렸다. 덕분에 긴 하루를 보내게 된 탓에 자가 격리하는 지금 아니면 찜해 두었던 드라마를 언제 정주행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넷플릭스를 켰다. "뉴 암스테르담 시즌 1" 재생 버튼을 눌렀다. 3년 전 나온 미국 의학드라마인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병원을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금 낡은 의료시스 템에서 최신 의료시스템으로 바꾸어가는 내용이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모르는 일이지만 세계 최강국 ,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낡은 의료시스템에서 허덕이는 의사들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터라 처음엔 놀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드라마 한석규 주연의 "낭만 닥터 김사부 1, 2"와 조승우, 이동욱 주연의 " 라이프 "를 섞어놓은 힐링드리까처럼 느껴져서 재밌게 보는 중이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아침 자가진단과 함께 전담 공무원 님과의 전화통화를 하고 어김없이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즐겼다.

나의 자가격리 소식을 들은 몇몇의 지인들이 안부 문자를 보내주었다. 아직까진 화장실 가는 것과 심심한 것 빼고는 딱히 힘든 점은 없지만 몸 관리 잘하리는 말과 함께 받은 위로는 언제나 큰 힘이 되었다. 선물은 보너스다. 선물은 더 큰 힘이 되었다. 비록 외출을 하지 못해서 선물 받은 기프티콘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자가격리가 무사히 끝이 나면 중간고사가 다가오기 전에 약속 잡고 밥 한 끼 먹기로 약속했다. 물론 4인 이상 집합 금지!


내일이면 온라인 클래스가 시작된다. 전교생의 절반이 자가격리 중이라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며 [web 발신] 문자를 보내왔다. 때문에 온라인 학습 공지사항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처음으로 초록색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우리 학교 이름을 적어 넣었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전 마우스 휠을 조금 스크롤해보니 우리 학교 이름이 떡하니 뉴스 기사에 실려있었다. 각기 다른 언론사와 여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 학교 이름을 뉴스 기사에서 만나니까 왠지 모르게 반갑고 또 낯설었다. 아무튼 그렇게 들어가 본 우리 학교 홈페이지 첫 시작 화면 에는 교장 선생님의 " 머리 숙여 죄송합니다. " 로 시작되는 사과문이 아주 크게 올려져 있었다. 대충 방역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확진 소식에 죄송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해서 또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아침마다 우리 학교 운동장과 교문을 거닐며 학생들과 인사하고 쓰레기를 주우신던 교장 선생님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이 조금 마음 아프기도 했다.



문득, 독서실에 가던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행인 을 다섯 명이나 봤던 하루가 생각이 났다.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사람도 많이 없었고 나도 곧 그 자리를 뜨는 입장이 었기 때문에 다가가지 않고 자리를 서둘러 피했었다.


우리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기 위한 이유이지만, 내가 남에게 전파하지 않기 위한 이유도 있지 않은가.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아직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를 나열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그때 그 상황에서 잘못된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하나뿐인 내 친구 생일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어떤 한 사람 때문에 내 친구는 자가 격리하느라 좁다면 좁은 방 한 칸 안에서 1년에 한 번뿐인 생일을 홀로 적적하게 보낸다.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자영업자들이 웃을 수 있고,

학교에 갈 수 있으며,

보고 싶은 얼굴을 만날 수 있고,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다 함께 얼굴을 마주 보고 밥을 먹을 수 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방역복을 벗을 수 있고,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자가격리1일 차~2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