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1일 차~2일 차

2021년 3월 18일 (목) ~ 2021년 3월 19일 (금)

by 쓴이




자가격리 1일 차


보건소에서 돌아오자마자 자가격리는 시작되었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다. 확진자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은 날로부터 14일이라 나는 정확히 12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엄마는 한 집에 두 딸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언니와 나에게 번갈아가면서 전화했고, 몸 상태를 자꾸만 확인하기 시작하셨다. 나는 그저 침대에 누워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고 나니 왠지 어딘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웃기는 일이다. 일부러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그동안 학업에 밀려 보지 못했던 드라마 '시지프스'와 '빈센조'를 넷플릭스를 통해 마저 봤다. 송중기는 너무 멋졌고, 드라마를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 그리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점심이었다.


엄마가 점심밥을 방문 앞에 두면 나는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문을 열고 점심밥을 가지고 들어와 혼자 먹었다. 혼자 먹으니 맛이 없었다. 밥 먹으면서 보려고 틀어놓은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에도 별로 시선이 가지 않았다. 엄마는 밥을 가져다주시면 카톡으로 '많이 먹어.' , '고생해, 힘내.'라고 말하지만 방안에만 틀어박혀 유튜브와 넷플릭스, 또는 친구들과 연락하는 나보다 고생인 건 엄마였다. 게다가 우리 집엔 자가격리 대상자가 둘이라 엄마는 두 배로 고생하신다. 보호자도 힘이 든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른해져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코로나 19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도 '음성'이었다.

다음날 아침에야 받아볼 수 있을 줄 알았던 검사 결과가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다행히도 우리 학교 모든 학생들과 교직원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확진자 선생님께서 이 소식을 듣고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셨다는 얘기도 그 반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그동안 SNS나 유튜브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브이로그' , '코로나 19 자가격리 브이로그'를 보면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면 음성은 문자로, 양성은 전화로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은 후 새벽에 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X 됐다."하고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웃자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웃을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하루였다.



자가격리 2일 차


전담 공무원을 배정받았다. 그리고 전담 공무원님과 하루에만 여러 번 통화를 했다. 출근하지 않아 한 지붕 아래 있는 엄마의 목소리보다 자주 들어 정들 것만 같다. 전담 공무원님은 너무도 친절하셨고,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도 몸 상태를 확인하려 전화를 주셨다. 너무 친절하시고 잘 챙겨주셔서 감시받는다는 느낌보다는 걱정받는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그날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구호물품과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전부 주는 가방 하나를 받았다. 구호물품에는 햇반, 라면, 김 등등 음식이 들어있다는데 방 밖으로 나가보지 못해 정확하게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나중에 방 밖으로 나가게 되면 확인해보겠다.) 그리고 가방 안에는 뿌리는 소독제, 손 소독제 두 종류, 마스크 10개, 밴드 한 통, 체온계 하나, 휴대용 세정용 물티슈 하나, 힐링 아트 스케치북(검은색 종이에 긁으면 색이 나오는 그것! 세계 야경도시 12곳이었다.) 그리고 자가격리 대상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심리지원 안내서랑 <마음건강 지키는 7가지 수칙>이라는 작은 책자 하나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심리지원 안내서 뒷면에 있는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마음건강 지침' 3번째, 6번째, 10번째 문장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3.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6.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10. 서로 응원해주세요.


그래서 자가격리 중인 나와 친구들은 혐오하지 않고 소통을 지속하며 서로 응원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영상통화하면서 힐링 아트 스케치북을 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손재주 좋은 친구는 구호물품 구성이 정말 알차다며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휴대폰 화면 너머로 행복해하는 얼굴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난다.


엄마에게서 아침, 점심, 저녁을 제공받았다. 반찬 퀄리티가 수직 상승했다. 간식으로 짜파게티도 엄마가 끓여준다. 자가격리 중이 아니었다면 평소엔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아, 짜파게티는 구호물품이다.

화장실 한 번 가기도 귀찮고 힘들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다음 사람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락스 물로 청소를 해야 한다. 원래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는데 갇혀있으니 물을 마시지 않아도 화장실에 가고 싶다. 참아보려고 참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몇 번 들락날락거린다.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화장실에 갈 때 뿌리는 소독제를 챙겨가서 나올 때 화장실 문 손잡이와 전등 스위치, 변기를 포함한 내가 만지고 사용했던 모든 것들을 소독하고 나온다. 우리 집 화장실이 좀 넓은 편이라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음성 이어도 2주 뒤에 양성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는 항상 방심한 사이에 일어난다. 방심했기 때문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저녁 8시쯤에 자가진단을 한다. 오전 10시와 저녁 8시쯤에 자가진단을 해야 하는데 전담 공무원님을 오전 10시가 넘어서 배정받기 때문에 오늘 아침은 학교 자가진단 앱을 통해서 자가진단을 했고, 저녁엔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으로 자가진단을 마쳤다.


펜트하우스는 오늘도 막장이다. 심수련이 살아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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