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를 허락하는 시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다.
잠시 후 햇살이 습기를 뚫고 들어온다.
바람에는 여전히 젖은 냄새가 묻어 있고,
구름은 무겁게 잔상처럼 떠 있어 서늘하다.
한여름인데, 이런 날도 있나 싶다.
더위도 잠시 숨을 고르는 걸까.
나도, 잠시 멈춰서 쉬어도 되나.
그냥 살아도 되나.
마음이 편해도 되나.
내 일을 누군가에게 맡겨도 되나.
서성여도 되나.
아니, 서성이는 것조차 하지 않아도 되나.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어느 순간 그 꼬리들이 느슨해진다.
머릿속이 흐려지고, 졸음이 살며시 몰려온다. 뒷머리와 목을 스치는 바람,
땀조차 나지 않은 피부의 상큼한 촉감이 나를 끌어안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세상의 무게가 조금씩 내려앉는다.
오늘은 그냥 쉬자.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자.
바람과 햇살, 몸과 숨, 그리고 마음의 떨림.
모두 허락된 것처럼, 그대로 존재하게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