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받지 못한 마음의 기록
-보이고 싶었던 마음
우리는 종종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단순한 관심이나 인정을 넘어서, 존재의 깊은 층위에서부터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는 갈망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욕망을 어린 시절부터 꾹꾹 눌러 담고 살아온다. 나 역시 그랬다.
-눈치로 버틴 어린 시절
어릴 적 나는 항상 눈치를 봤다. 집에서는 주로 혼자였고, 학교에서는 이유 없이 미움받는 일이 잦았다. 누군가와 가까워져도, 그 관계는 종종 일방적인 소진으로 끝났다. 나를 좋아해 주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서기도 했고, 나를 선택했던 이들은 대개 나를 필요로 했을 뿐이었다. 진짜 나를 보려 하거나, 이해하려 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는 삶
그렇게 나는 ‘혼자 있는 것이 낫다’는 생존 전략을 내면화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직업을 가졌고, 결혼도 했다. 이제는 남편이 있다. 그리고 매주 이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 삶을 안정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는 오래된 고립감이 살아 있다.
-도서관 강의실의 낯선 얼굴들
최근 도서관 무료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실 한쪽에 앉아 수강생들을 둘러보았다. 낯선 얼굴들 속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았지만,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의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떠올랐다. 아, 나는 지금 외롭구나.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내 안에 있었구나.
그 감정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나를 둘러싼 어른들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힘든 일의 해결책으로 여겼고, 때로는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 경험은 내게 하나의 믿음을 심었다. "나는 결국 혼자다."
그 믿음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고립감은 현재의 상황 때문이 아니라, 이해받지 못한 과거의 감정이 내 안에서 다시 떠오른 것이라는 걸. 더는 내가 그 감정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혼자여도 나를 지키는 법
혼자라는 감각은 때로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법도 배웠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고요한 삶 안에서도, 언젠가 나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나를 지키며 살 수 있다.
그것이면, 지금은 충분하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고 느껴준다면, 나의 고요한 고백도 조금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